서울시, ‘간병인 표준근로계약서’ 개발…업무범위·임금조건 명확화

by김기덕 기자
2021.08.22 11:15:00

간병인 노동권익 보호…12월 중 보급
고용형태·노동시간 등 근로조건 명시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60대 간병인 이수정(가명)씨는 민간소개소를 통해 간병 업무를 의뢰받아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6개월째 돌보고 있다. 하지만 간병과 돌봄 등 정해진 업무 외에도 개인적인 심부름이나 가사일 등 환자의 과도한 요구가 있었고, 이로 인해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일하는 날이 허다했다. 이 씨는 명백히 부당한 업무지시이지 초과근무라고 생각했지만 일을 시작할 때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았던데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다.

서울시가 간병인들의 노동권익 보호와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고용 형태, 노동 시간, 임금 조건 등 근로조건지침이 명확하게 담긴 ‘간병인 표준근로계약서’를 개발한다고 22일 밝혔다. 오는 9월 중 개발을 시작해 연말 안에 공공은 물론 민간으로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와 급속한 고령화, 1인 가구 급증 등의 영향으로 간병인의 역할과 업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간병인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로 불안정하고 불공정한 고용관계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 제공.
실제로 시 조사 결과 간병인을 비롯한 특고·프리랜서 2명 중 1명은 근로계약서 체결 없이 구두로 합의하는 등 관행에 의해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 미작성 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의 간병인이 간병서비스 이외에 과도한 요구를 경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시가 전국 최초로 개발하는 간병인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업무 내용, 근무일 및 시간, 임금 조건 등 기본요건은 물론 다양한 고용 형태와 간병인의 업무특성에 맞는 노동 조건을 명확하게 담고 있다.



개발된 표준근로계약서는 사업자(이용자)와의 계약관계에 있거나 일정한 보수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인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하다. 시는 간병인이 종사하는 민간병원이나 간병인 플랫폼업체 등을 중심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이달 23일부터 표준근로계약서 개발 수행기관을 공개모집한다. 조사·연구기관 등이 모집대상이며, 총예산은 5000만원이다. 공고기간은 공고일로부터 15일간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아울러 시는 이번 간병인 대상 표준근로계약서 개발을 시작으로 내년에도 적용이 필요한 2개 직종을 추가로 발굴,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간병인은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권익보호 사각지대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표준근로계약서 개발 및 확산을 통해 간병인들의 공정한 노동조건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