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한 고교생, 11명에게 학폭 당했다…성추행까지”
by장구슬 기자
2021.07.15 08:29:28
광주 광산경찰서, 전수조사 통해 동급생 11명 가해자 특정
상습·공동폭행에 기절시키고 성추행 정황까지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학교 폭력(학폭)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광주 고등학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동급생 11명을 가해자로 특정했다.
| 가해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A군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모습이 담긴 영상. (사진=MBN 뉴스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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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등 혐의로 광주 광산구 소재 한 고등학교 재학생 11명을 입건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경찰은 유가족 신고를 접수하고 A(17)군 사망 배경에 학교폭력이 있었는지 확인하고자 최근 동급생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A군이 생전에 학교폭력을 당했다면 목격했거나 알고 있는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전수조사에서 해당 11명은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들은 모두 A군과 동급생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부터 지난달 말까지 A군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를 받는다. 일부 학생들은 폭행에 가담하거나 성추행하며 이를 방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폭행 당시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일부 학생들에 대해서는 당초 촬영 목적이 유포인 지 등을 조사해 적용 가능한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절차상 이들 11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폭력에 연루된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라며 “법리 검토를 거쳐 엄정 수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앞서 A군은 지난달 29일 광주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은 교실에서 가해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A군의 모습이 촬영된 영상, 사망 전 남긴 편지 등을 근거로 학교 폭력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5일 MBN은 기절할 때까지 목이 졸리는 A군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월 촬영된 영상에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교실에서 A군을 고의로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이를 조롱하는 장면이 담겼다.
A군은 숨이 막혀 얼굴이 빨개졌고, 이내 동공이 풀리면서 바닥에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기절하면 말해 줘”라며 A군을 조롱했다.
또 MBN이 공개한 A군의 유서에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린 내용도 있었으나, 학교 폭력을 당한 자신을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A군은 유서에서 “학교에서 맞고 다니던 거 너무 부끄럽고 서러웠는데 너희 덕분에 웃으면서 다닐 수 있었다”며 “너무너무 고마워”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