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10억이상 직계존비속 합산과세 논란…"연좌제" Vs "형평 과세"

by원다연 기자
2021.02.13 10:08:54

[세법분석]동학개미 반발에 대주주 요건 10억 유지
연좌제 논란 가족합산 유지, 불씨 남겨
기재부 “2023년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
학계 “가족합산 없애고 대주주 용어 바꿔야”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3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지난해 증권거래세가 8조 7587억원으로 전년(4조 4733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동학개미 열풍으로 주식 거래가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에도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주식양도세 대주주·가족합산 기준이 앞으로 바뀔지 여부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 따라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2023년에는 양도세 전면 과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불합리한 현행 양도세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5000만원이 넘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가 전면 시행된다. 5000만원 넘게 주식으로 돈을 벌으면 양도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대원칙에 따라 양도세 전면 과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상장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가 처음 시행된 건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부터 비상장주식의 양도 차익에만 과세를 하던 것에서 1999년 특수관계자 주식 보유 비율을 포함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의 상장주식이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1년 뒤인 2000년에는 대주주 범위를 지분율 3% 또는 시가 총액 100억 원 이상으로 조정해 확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들은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전면 과세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주주 개념을 도입해 과세 대상을 한정한 것이다. 대주주 이외 주식 양도 관련 금융 산업을 발전시키고 주식시장을 육성하는 취지였다.

이후 우리나라도 국제 기준에 맞춰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단체적으로 강화했다. 코스피 기준 ‘지분율 3% 또는 시가 총액 100억 원 이상은 대주주’ 기준은 13년 동안 이어지다 지난 2013년 ‘지분율 2% 또는 시가 총액 50억 원 이상’으로 강화됐다. 지난 2016년에는 다시 이 기준이 ‘지분율 1% 또는 시가 총액 25억원 이상’, 2018년에는 시가총액이 15억원 이상, 지난해부터는 10억원 이상으로 강화됐다.

당초 정부는 올해부터 과세 대주주 요건을 시가 총액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려고 했다. 이는 이같은 단계적인 과세 대상 확대 계획에 따라 2017년에 예고된 것이었다.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전면 과세에 앞서 대주주 요건 강화로 과세 대상을 확대해 나가며 조세 저항을 줄여나가는 차원이었다.



2017년에 이같은 안이 공표됐을 때는 큰 반발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주식시장 참여자가 크게 늘어나고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주주 요건은 현행 수준(10억원 이상)으로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 가족합산 요건도 그대로 유지됐다. 주식 보유자 본인뿐 아니라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의 해당 주식 보유액을 모두 합쳐서 10억원이 넘으면 대주주로 과세 대상이 된다. 부모, 자식 뿐 아니라 친조부모, 외조부모, 손자가 보유한 주식까지 모두 합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면서 가족합산 기준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정부는 10억원 기준이 유지된 만큼 가족합산 기준을 완화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달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주식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면서 가족합산을 오히려 폐지하면 현재보다 소득세 과세 수행이 대폭 축소하게 된다”며 “과세형평 제고라는 소득세 과세 방향에 역행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반발이 거셌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데 주식 가족합산을 하는 게 ‘연좌제’처럼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 집값 평균이 10억원인데 주식은 10억원 보유하면 대주주냐’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계에서도 주식 양도세를 추가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소득세를 낼 때 가족합산 개념 같은 것은 없지 않나. 주식에서도 가족합산 기준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며 “경영권을 가진 기업 사주에 대해서만 직계 정도로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과세 대상의 ‘대주주’라는 개념 자체의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회장은 “소득세를 부과할 때 대소득자와 같은 개념은 없는데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서 대주주를 부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주식 양도 소득 5000만원에 대한 과세 방침에도 ‘그 정도가 대주주냐’는 반발이 나왔던 것”이라며 “대주주 명칭을 ‘면세점’이라는 용어·기준으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식 보유자 본인뿐 아니라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의 해당 주식 보유액을 모두 합쳐서 10억원이 넘으면 대주주로 과세 대상이 된다. 부모, 자식 뿐 아니라 친조부모, 외조부모, 손자가 보유한 주식까지 모두 합산하는 것이다. [자료=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