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SNS 불매운동에 굴복…연이어 총기協 외면 "관계 끊겠다"

by방성훈 기자
2018.02.25 10:54:31

델타·유나이티드 항공, 할인·제휴 서비스 중단 선언
NRA 지원 업체, SNS 압박에 ''화들짝''…속속 관계 단절
총기協 “애꿎은 회원들만 피해…잘못된 처사” 반발
아마존 새로운 타깃…불매 경고하며 NRA 서비스 중단 촉구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총기협회(NRA)와 제휴를 맺었던 기업들이 속속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있다. 17명의 사망자를 낸 플로리다주 고교 총격 참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가 소셜미디어(SNS) 통해 협회를 지원하는 기업들에게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NRA에 제공하는 연간 할인혜택을 중단하겠다고 각각 발표했다. 그러면서 NRA 웹사이트에서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2일에는 대형 민영은행인 퍼스트 내셔널 뱅크 오브 오마하가 NRA 제휴 신용카드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이 은행은 NRA와 10년 넘게 파트너십을 맺어왔으며 40달러 연회비 수준의 캐시백 보너스를 제공하는 카드를 발급해 왔다. 이후 엔터프라이즈, 알라모 등을 자회사로 둔 미국 내 최대 렌터카 업체인 엔터프라이즈 홀딩스와 보험사인 처브와 메트라이프, 사이버 보안업체인 시만텍 등이 연이어 파트너십 중단을 선언했다.

일부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지만, 대부분은 SNS를 통해 NRA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압박 또는 불매운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WSJ은 설명했다. 현재 미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보이콧NRA(BoycottNRA)’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또 퍼스트 내셔널 뱅크 오브 오마하는 제휴 중단 발표 당시 “고객의 피드백이 우리와 NRA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NRA의 제니퍼 베이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500만명의 총기협회 회원들은 오랜 기간 기업들로부터 각종 할인 및 혜택을 누려왔다. 그런데 플로리다주의 비극적 사건 이후 많은 기업들이 협회와의 관계를 끊고 있다”며 “이는 (플로리다주) 총기 사건 때문에 협회 회원인 의사, 농부, 경찰관, 소방대원, 간호사, 상점 주인, 교사 등 미 사회 전체 구성원들을 처벌하는 잘못된 처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학교의 보안 실패 또는 총기사건에 대한 미흡한 대비, 연방·주정부 경찰의 참담한 실패 및 무능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부끄러운 정치적 의도이자 민간기업의 비겁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 메릴랜드주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해 “학교는 총기가 없는 공간이고, 이 때문에 정신 나간 사람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학내 무장화’를 주장했다. 그는 “늘 그렇듯 정치적 이익을 위한 기회주의자들이 비극을 이용하는데엔 1초도 걸리지 않았다”며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을 비판했다.

한편 NRA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 중 현재 새로운 타깃이 된 곳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다. SNS 이용자들은 아마존 내 플랫폼에서 NRA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대부분이 자신을 아마존 고객이라고 설명하며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