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고준혁 기자
2017.12.30 12:20:00
바이오주 열풍부터 비트코인 관련주 광풍까지
금리 인상으로 내년 가치주 주목 전망…"아직은 성장주" 의견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중소형 가치주(株) 산 사람은 다 망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올 한해 전통적인 가치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재미를 못 봤을 것이란 한 시장 전문가의 얘깁니다. 기업의 자산 규모나 실적 추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하는 투자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반면 현재 수익이 없더라도 앞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큰 회사의 주식은 올 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지금보다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회사의 주식을 성장주(growth stock)라 부릅니다. 이와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회사의 영업실적과 자산가치가 우수하나 이에 비해 주가가 낮은 주식은 가치주(value stock)라고 합니다.
2017년은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우세했던 한 해였습니다. 대표적인 성장주는 바이오주입니다. 신라젠의 경우 연초 주당 가격이 1만원 채 안 됐다가 한 때 15만원을 넘겼고 연말인 현재는 9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약 1년 만에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것입니다. 지난해 신라젠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계는 약 3261억원이고 실적 면에선 현재까지 흑자가 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가총액은 약 6조 3000억원이 넘습니다. 기업 규모가 작고 실적이 나지 않고 있는데도 많은 투자자가 현재 임상실험 중인 항암바이러스제 펙사벡 등 미래가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친 ‘셀트리온 삼형제’ 등의 바이오 업체들도 신라젠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현재의 매출이 아닌 3~5년 뒤 벌어질 ‘대박 매출’에 대한 기대감이 이러한 바이오 성장주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 관련주도 성장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관련주 상승 동력이 명확한 가치에서 나오지 않고 검증이 어려운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비덴트나 디지탈옵틱, 한일진공 등 비트코인 관련 회사들의 자산총액은 1000억원 안팎이고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거래소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8년에도 이 같은 성장주 열풍은 이어질까요? 투자 전문가들은 “가치주의 봄날이 올 것”이라며 상황이 변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저평가됐던 가치주가 주목받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약 6년 만에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기존 1.00~1.25%에서 1.25%~1.50%로 인상했습니다. 반면 ‘금리 인상이 곧 가치주 각광’이란 도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금리가 올라도 크게 오를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성장주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