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 시작…朴대통령 사저 인근 '崔-鄭' 신혼집

by양희동 기자
2016.11.01 06:30:00

고 최태민 1994년 사망 당시 살던 역삼동 주택
박 대통령 삼성동 사저와 800m 지근거리
최순실·정윤회 96년 신접살림 차려 정유라 출산
1년여 뒤 박 대통령 국회의원 당선으로 정계 입문

고 최태민 전 새마음봉사단 총재가 사망할 때까지 살았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택을 헐고 최순실·정윤회씨가 지은 빌라 건물.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와 800m거리에 있는 이 빌라에서 두 사람은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딸인 정유라씨도 낳았다. 사진=유현욱 기자
[글·사진=이데일리 양희동 이지현 유현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씨가 전 남편인 정윤회(61)씨와 처음 함께 살았던 신혼집이 아버지인 고(故) 최태민 전 새마음봉사단 총재가 사망할 때까지 거주했던 곳으로 확인됐다.

이 주택은 박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와 불과 800m 떨어져 있다. 정씨와 최씨는 1996년 이 곳에 신접살림을 차려 박 대통령과 처음으로 지근거리에 살게 됐고, 1년여 뒤 4·2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비선 실세로서의 행보를 본격 시작했다. 최순실씨는 이 곳으로 거처를 옮긴 직후 딸인 정유라(20)씨를 출산했다.

31일 법원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고 최태민씨가 지난 1994년 5월 사망할 당시 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5번지 단독주택은 원래 부인으로 알려진 임모씨 소유였다.

최순실씨의 어머니 임씨는 남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다음해인 1995년 4월 정윤회씨에게 이 집을 팔았다. 비록 매매의 형식을 취했지만 예비 사위였던 정윤회씨와 딸인 최순실씨는 각각 4대 6의 지분을 가진 공유자로 등록했다. 넉달 뒤인 8월 결혼한 두 사람은 이후 1년 2개월간 각각 마포구 도화동과 강남구 개포동의 아파트에 따로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이 기간 두 사람은 공동 소유가 된 고 최태민씨의 역삼동 집을 헐고 지하1층~지상 3층 짜리 빌라(19가구 규모)를 신축했고 정씨가 1996년 4월 먼저 입주했다. 최씨도 7개월 뒤인 그 해 10월 10일, 정씨가 거주 중이던 이 빌라로 옮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1996년 10월 30일생으로 알려진 딸 정유라씨를 출산하기 불과 20일 전이다.

주목할 부분은 결혼 후에도 도화동과 개포동에서 따로 살던 최순실·정윤회씨가 역삼동 집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두 명 모두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이웃사촌이 됐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980년대 성북동과 장충동 등 강북에서 살았지만 육영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났던 1990년, 고 최태민씨의 역삼동 자택 인근인 삼성동 사저로 거주지를 옮겼다. 따라서 이 신혼집은 박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로 불렸던 고 최태민씨의 자리를 최순실·정윤회씨 부부가 대신하게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즈음부터 은둔 생활을 접고 외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정윤회씨 부부가 삼성동 사저 근처로 이사온 지 1년 6개월 뒤인 1998년 4·2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15대 국회의원(대구 달성군)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정씨는 이 때부터 박 대통령의 입법보조원으로 활동하며 측근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또 훗날 문고리 권력 4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 고 이춘상 보좌관 등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도 선거 기간 중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한 아파트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지내며 유세에 입고 나갈 옷을 정해주는 등 선거 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정윤회씨 부부는 딸인 정유라씨가 태어나서 자란 이 집을 2002년 30억원에 팔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두 사람은 고 최태민씨가 사망한 지 꼭 20년이 되는 2014년 5월 이혼에 합의했다. 정유라씨는 부모와 함께 압구정동으로 옮긴 이듬해 광진구 능동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근처에 있는 경복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졸업후엔 선화예중에 진학했다. 두 학교 모두 통일교가 설립·운영하고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