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중국 동북에서 보다

by객원 기자
2009.09.13 22:28:42

[이데일리 EFN 송우영 객원기자] 국내 외식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외식브랜드와 외식업소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해외로 눈을 돌린 지 오래 되었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이 첫 진출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은 일본에 비하여 원화 가치가 높은 편이라는 점, 경제성장 중인 국가라는 점에서 진출이 많았다. 한식세계화가 외식업계 주요 화젯거리가 되면서 외식업계는 다시 한 번 중국시장을 ‘거들떠보는’ 중이다.

중국 진출에 있어 외식업소 운영자가 기대하는 것은 국내에 비하여 인건비가 싸다, 식재가 풍부하고 저렴하다, 외식소비가 높다 등이다. 그러나 인건비가 싸지만 국내보다 직원수가 많이 필요하고 식재가 풍부하지만 지역마다 선호하는 것이 다르고 조리법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

외식소비가 높은 만큼 그 수준도 높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경우 객단가가 국내보다 높으며 인구수가 많다는 것, 그리고 국내 고객들보다 덜 까다롭다는 점 등이다.

중국 동북에 위치한 선양을 통해 한식세계화 방법과 가능성을 읽어보려 한다. 이제 준비된 외식업소라면 국내 4000만을 상대로 할 것이 아니라 13억을 상대로 하는 거대한 자이언트급 외식시장을 만나 경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외식업계 최대 화두는 한식세계화다. 국내 외식시장은 포화상태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외식브랜드와 외식업소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해외로 눈을 돌린 지 오래 되었다.


지난 4월 3일 10년 내에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산·학·연·관 자문기구인 ‘한식 세계화 포럼’이 발족한 이후 같은 달 7일에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한식세계화 2009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올해는 한식세계화 중장기 대책 수립을 목표로 해외에 있는 한식당 실태조사와 국가별로 대표 한식 표준식단 개발, 한식당 인증제 모델 개발, 한식 조리학원 육성, 국제 요리대회 참가 지원, 전국음식박람회 및 학술세미나 개최, 한식 VI(Visual Identity) 개발 및 체험 홍보 활동 등을 해갈 계획이다. 지난 7월 13일에는 농림수산식품부는 가수 ‘비’를 한식세계화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한식세계화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그리고 앞으로 진출할 각국에 대해 기사화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식세계화를 하려는 것에 있어 가장 부족한 부분이 이미 진출한 사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다.

성공은 부풀려져있고 실패는 소리 없이 무대에서 사라졌다. 해외 여러 곳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하나하나의 사례가 중요하다. 한 시장에서의 성공과 실패 스토리를 다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귀감으로, 타산지석으로 삼아 성공을 이어나가면 된다.



중국 외식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중국인들은 외모보다 음식에 더 많이 신경 쓴다. 주머니 사정보다 외식소비가 크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식당이 잘 된다. 외식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도 한국보다 높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것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중국 안에서도 지역별로 선호하는 맛에는 차이가 있다. 입지에 따라 음식은 변형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경험을 지나치게 고집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지역마다 상권마다 고객이 선호하는 맛이 다르듯, 중국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맛이 다르다. 지역이 다르고 소득수준, 경제발전 상황이 다르며 거주민들의 연령과 취향도 다르기 때문이다.

거기서 나는 식재도 다르고 먹는 재료, 좋아하는 조리법과 음식도 다르다. 중국 내에 이런 지역적인 특성만 미리 알아두어도 외식 아이템별로 진출할 곳을 정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인들은 식당을 선택할 때 맛을 넘어 식탁의 품격을 더 많이 따진다. 중국 음식점들만 살펴봐도 아주 규모가 크고 으리으리하거나 아주 작고 오래되어 허름하거나다. 중간이 없다.

크다는 것도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200~300평이 아니다. 한 층에 330㎡(100평)이상으로 5층 이상 건물 전체가 식당으로 이뤄진 경우도 많이 있다. 간판도 으리으리하고 인테리어도 근사하다.

고객을 어떻게 다 채우나 싶어도 피크타임에 가보면 고객들의 줄은 늘어서고 내부에도 시끌벅적 고객들이 붐빈다. 메뉴도 200~300가지가 훌쩍 넘는다. 메뉴판에 올라있지 않은 메뉴도 많다.



다양한 요리를 주문하는 것, 먹을 양보다 더 많이 주문하는 것도 그들의 식문화다. 냉채요리, 볶음, 찜, 해산물과 육류, 채소, 탕 그리고 주식까지 골고루 주문해야 대접하는 사람의 체면이 서는 곳이 중국이다.

할인쿠폰이나 할인혜택에도 연연해하지 않는다.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할인쿠폰을 동봉한 DM의 회수율이 중국에서는 아주 낮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한식당은 규모도 작고 메뉴의 수도 적다. 다양하게 주문하기에 요리마다의 특색도 크지 않다. 다양한 식재로 갖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법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중국 내 교민이 운영하는 음식점은 한국에서 하는 동네 식당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국인 고객이 전체 고객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에서 시설, 규모, 돈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3000평짜리를 열면 중국인은 5만평짜리 매장을 열어버린다. 특성과 개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중국인이 할 수 없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해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인력관리다. 국내에서도 외식업소 운영에 가장 까다로운 부분으로 꼽히는 것이 인력관리임을 상기시켜보면 당연한 일이다.

언어소통을 이유로 한국인들은 한국말과 중국어를 모두 쓰는 조선족을 선호하지만 실제 중국에서는 음식점에 일하려는 조선족을 찾아보기 어렵다.

10년 전만해도 조선족 부모들은 한식당에 찾아와 자식들의 일자리를 부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경우도 많고 대학까지 나온 조선족들은 음식점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하게 야단이라도 칠 양이면 다음날 아무 소리없이 업장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에서는 5명이면 되는 직원 수가 이곳에서는 10명 이상 고용해야 한다. 선양 서탑에서 사우나와 호텔 경영과 노래방, 커피숍 등의 운영을 거쳐 현재 <장수삼계탕>을 하고 있는 황석순 대표는 프로정신`직업정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서 하던 직원 교육 방식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은 외국인인 한국인 운영자의 직원관리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국 동북에 있는 선양에서 한식세계화 가능성을 점쳐보기로 한다. 우리가 중국과 교류한 것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만 17년째다. 그 사이 많은 외식업소가 중국에 생겼다.

성공해서 아직까지 성황을 누리고 있는 곳도 있고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고 국내로 돌아갔거나 다른 나라로 건너간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 사이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외식업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한식세계화가 공론화 되고 있는 지금도 중국은 열외로 두는 사람도 많다.

선양은 8515㎢로 서울 면적의 3배가 넘는다. 한인타운이 있는 서탑은 한국인이 5000여명, 조선족이 2만여명 살고 있다. 선양에서도 서탑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한인타운은 국내 제조업이 진출, 한국인들이 붐비던 10여년전과 많은 차이가 있다.

만주 봉천 개장사 골목이었던 이곳은 일제시대 조선인들이 독립운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 곳이다.

한국인만을 타깃고객층으로 두었다가 국내 제조산업이 자리를 뜨는 중국 내수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한식당들은 전 세계 경제불황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시대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미국경제가 무너진 이후 이곳에서 철수한 한식당만 30%에 달한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한식당들은 중국현지인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제2의 기회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같은 상황이 누구에게는 실패의 아픔을, 또 다른 누구에게는 성공으로 가는 기회를 건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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