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출범으로 韓존재감 커져…5대강국 되려면 예산 늘려야"[만났습니다]①

by강민구 기자
2024.11.05 06:32:36

[만났습니다①]윤영빈 우주항공청장
5월 개청 이후 美 아르테미스 연구협약 체결 등 성과
"NASA 예산은 GDP의 2%…한국은 0.04%에 불과해"
"NASA 인재 2명 영입…국내외 최고전문가 확보 노력"

[대담=이데일리 김혜미 ICT부장, 정리=강민구 기자]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올해 정부부처 수장 중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인물 중 하나다. 윤 청장은 항공우주 업계 숙원이던 우주항공청이 지난 5월 27일 개청한 뒤 조직의 안정적인 안착과 민간 우주시대 대응이라는 중책을 수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역할을 해 왔다.

우주청은 지난 5개월 간 전체 293명의 정원 중 임기제 공무원을 제외하고 상당수 인력을 충원했고, 우주항공분야의 주요 비전도 제시했다.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학술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우주청과 미 항공우주국(NASA) 간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강화해왔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지난달 30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우주항공청)
지난달 30일 경상남도 사천 우주항공청사에서 만난 윤 청장은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우주항공 산업은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세계 5대 우주항공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선진국 수준으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의 최근 성과 중 눈에 띄는 것은 아르테미스 연구협약 체결이다. NASA와 우주탐사 분야에서 공동 타당성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21년 달 탐사와 심우주 탐사의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한 국제 규범 정의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전세계에서 10번째로 서명한 데 이어 지난 10월30일에는 5번째로 연구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국과 달 착륙선 개발 및 우주 통신·항법 시스템, 우주인 훈련 및 지원, 우주 생명과학 및 의료 운영 등 세부 협력분야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우주항공 전담부처가 없어 연구기관이 외교 기능까지 도맡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선진국들과의 협력에 진전을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게 윤 청장의 설명이다.

윤 청장은 “앞으로 통신과 이차전지, 모빌리티 등 한국의 강점과 미술의 기술적 강점 및 자원을 활용해 달·화성 탐사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공동으로 분석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단순 기술협력을 넘어 탐사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목표까지 달성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 5대 우주항공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우주기술 선진국들과 격차가 벌어져있는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우주항공 인프라 구축과 대대적인 국가 예산 투입 등이 불가피하다.



윤 청장은 한국이 우주항공 분야 예산을 과감히 늘리고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다. NASA에 투입되는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0.2%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예산 투입은 GDP의 0.04%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윤 청장은 “우주분야는 단기간에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며 “우리나라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지만 선진국도 그만큼 투자를 강화하는데다 우주 분야 역사와 기술력 격차가 워낙 크다. 한국도 경제 발전을 해 온 만큼 이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민간 우주시대 대응을 위해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국가대표 선수로 키우면 10~20년 후에는 목표를 달성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사진=우주항공청)
윤 청장은 인재 양성과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우주항공 분야는 전세계적인 전략기술이기도 하지만 오는 2045년 전세계 우주산업 시장 점유율을 10%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민간 전문가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우주 외에 항공분야 인력 양성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NASA에서 근무해 온 존리 임무본부장과 김현대 항공혁신부문장을 영입한 것도 인재 확보 노력의 일환이다. 윤 청장은 NASA 출신 인사 영입이 양국간 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줄여주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다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사천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국내 우주항공 인력 부족 등으로 정원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 속에서도 우주청은 현재 총 정원의 60%에 해당하는 170여명을 충원했다. 임기제 공무원과 전출입 공무원 등이 향후 배치되면 연내 90%가 충원되고, 내년 2월까지는 정원이 모두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본 청사 개청 이전까지 임시청사에서 거주할 임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상비약을 청사에 구비하는 등 하나하나 살뜰히 챙기고 있다.

윤 청장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곳으로 우주항공청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임직원들이 가족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하고, 문화·편의시설도 수도권에 비해 아직 부족해 일부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임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NASA에 최고의 인재들이 가듯이 국내외 최고 인재들이 우주항공청을 목표로 하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자신했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학·석사 △미국 미시건대 항공우주공학과 박사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연구원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서울대 차세대우주추진연구센터장 △현 우주항공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