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10년물 금리 4%·브렌트유80달러…나스닥 1.2%↓[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4.10.08 06:37:40

연준 금리인하 속도조절 가능성에 국채금리↑
중동 긴장감 고조에 유가 5거래일 연속 상승세
증시수비수 ‘국채금리·유가’ 무너지자 투심 악화
에너지주 제외한 모든 업종 하락…엔비디아는 2.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증시 수비수 역할을 했던 국채금리가 치솟고, 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투심이 급격히 악화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두달 만에 4%를 돌파했고, 브렌트유 역시 80달러선을 돌파했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기술주들은 대체로 뚝 떨어졌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4% 하락한 4만1954.24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0.96% 내린 5751.94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1.18% 떨어진 1만7923.90에 거래를 마쳤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무려 17.86% 급등한 22.64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가 4%를 넘어서면서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대출 부담이 커지고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장기투자가 필요한 기술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7bp(1bp=0.01%포인트) 오른 4.029%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4%를 웃돈 것은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한달 전 3.58%까지 뚝 떨어졌던 10년물 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의 고용이 예상밖에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예정보다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진 탓이다.

BMO 캐피털 마켓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이안 린겐은 “앞으로 한 주 동안 미국 국채시장에서 놀랍도록 호조를 보인 고용보고서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쟁이 계속될 것이다”며 “연준이 11월 인하 신중론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11월 금리 동결은 우리의 기본 케이스는 아니지만 여전히 25bp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11월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점점 베팅을 늘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1월에 금리가 동결할 가능성을 15.5%로 높여 잡았다. 지난 금요일 2.6%불과했던 확률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이다. 12월 금리가 현재보다 50bp 올라갈 확률은 86.2%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6.3bp 오르며 3.995%까지 올라갔다.

미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브렌트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여기에 중동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5거래일 연속 급격하게 오르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재발할 우려가 커진다.

이날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76달러(3.71%) 급등한 배럴당 77.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88달러(3.69%) 튀어 오른 배럴당 80.93달러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자격이 있다”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더욱 커진 분위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해 중동을 확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B. 라일리 웰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투자자들은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데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모건스탠리의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고용지표 호조는 연준이 11월 빅컷 가능성을 사라지게 하는 것처럼 보였고,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까지 촛박시켰다”면서 “여기에 중동 긴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래픽=FINVIZ)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주식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대체로 기술주들이 부진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2.24% 오르며 127.72달러까지 오르며 130달러선 탈환을 눈앞에 뒀다. 시가총액은 3조1320억달러까지 오르며 마이크로소프트(3조440억달러)를 누르고 다시 시총 2위로 올라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칩인 블랙웰 수요가 탄탄하다는 발언이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아마존은 웰스파고은행이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의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한 여파로 3.1% 하락했다. 알파벳은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구글플레이 스토어 외에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하라는 법원 판결에 2.4% 뚝 떨어졌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애플도 제프리스 파이낸셜이 아이폰 16시리즈의 초기 수요가 예상보다 낮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면서 2.25% 뚝 떨어졌다.

금리인하 속도조절 가능성에 계속 오름세를 보였던 달러인덱스는 이날 보합을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03% 내린 102.49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