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한국의 `후진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김기자의 여의도경제카페]

by김유성 기자
2024.06.15 13:00:00

양향자 전 의원, 불투명한 당원관리시스템 지적
이중삼중 당적 당원들, 정치브로커 활개 여건 돼
정당 내 회계·공천 관리, 블록체인으로 투명성↑
"소모적 정치 갈등 줄이고 미래세대 투자 늘리자"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좀처럼 바뀌지 않는 분야가 정치다. 이제는 원외 정치인이 된 양향자 전 의원은 ‘기술의 발전’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방법론’이 될 수 있다고 주창했다.

지난해 그가 창당했던 ‘한국의희망’도 ‘기술이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가정에서 시작했다. 우선 양 전 의원은 ‘중복 당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당원이 타당의 당적을 중복 보유하고 있는 문제다.

중복 당적의 당원들은 대의정치로 대변되는 정당정치를 왜곡하고 더 나아가 ‘정치 브로커’들이 활개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그만큼 우리 정치 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지난 10일 만난 양향자 전 의원.
다음은 양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의희망을 창당했던 이유도 결국은 정당 개혁의 차원이었어요. 지금의 정당으로는 정치 개혁은 물론 사회 개혁도 할 수 없고 미래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라는 절망감이 컸죠. 그래도 한국의희망을 창당하면서 투명정당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전문가들이랑도 얘기를 나눴는데, 정당이라고 함은 4가지 역할을 해야합니다.

첫번째가 당원관리, 두번째가 공천관리, 세번째가 후원관리, 네번째가 정책관리입니다. 이중 당원관리는 DID(Decentralized IDentifier, 블록체인에 근거한 신원확인 기술)로 당원증을 줘서 ‘복수 당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당원 중 상당수는 복수당원이라고 봅니다. 이것을 다 없애야 합니다. 복수당원인 게 확인되면 벌금 100만원을 물게 돼 있습니다. 이것을 다 오픈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폐해가 어떻게 나오냐 하면, 각 정당에서 당원 모집을 합니다. 경선을 위해서 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특정 당원이 국민의힘 당원이면서 민주당을 경선에 참여해주고, 민주당이면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이런 당원 가입이 시스템적으로 걸러지지 않아요. 이런 정보는 또 개인정보라고 해서 선관위에서 받을 수가 없어요. 이런 맹점을 이용해서 거대 정당 당원들이 서로 복수 당적을 갖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이것들이 이제 당원들의 매수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매매 경선’이 되는 것이죠.

특정 후보자에게 매매를 하고, 그 후보자가 경선에 이기면,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지역 토호들과 슈킹(밀착)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어요. (정치 교체가 힘든 지역일 수록 이런 경향성은 더 높아진다고 양 전 의원은 전했다.)

이건 투명정당 플랫폼을 만들어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도 있어요.

공천도 그렇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지역위원장이 되려고 하는 이유도 공천장사에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말고 솔바운드 토큰(블록체인에서 소유자의 신원 증명 기능이 있어 거래하거나 양도할 수 없는 토큰) 등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후원 관리는 경상보조금이 나오고 선거 자금 등이 나오잖아요. 이렇게 국가에서 나오고 후원도 하는데, 이를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가자는 거에요.

그런데 이걸 (각 정당이) 오픈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에요. 거래정산 등에서 기술로 가능한데. 다만 개혁신당처럼 자발적 당원들이 온라인으로 들어온 정당이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분들한테 DID 당원증을 주고 다른 정당에 가입하는 것을 법으로 막으면 됩니다.

회계도 가능합니다. 회계 정보를 예로 들면 ‘코어 미러링’ 기술을 활용해 그냥 데이터로 (선관위에) 넘겨주는 것이에요. 페이퍼로 전하지 않아도 되고.



△지금 상황에서라면 개혁신당에서도 다른 정당에 페이퍼로 들어가 있을 수도 있겠죠. 지금은 다 탈퇴해라고 해도 문제가 없어요.

△‘법안은 할 수 있다’고 그러고 있어요. 기술의 발전이 부정 부패, 불합리한 비효율 이런 것을 없앨 수가 있다고 봐요.

△가능합니다. (양 전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우리 정부가 운영했던 블록체인 기반 전자 예방접종증명서 ‘쿠브(COOV)’ 앱을 예로 들었다.)

△복수 당원 관리하자는 것을 법으로만 해도 다 놀랄 것입니다. 어쩌면 한 5개 당적을 가진 당원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거 다 정리해야 합니다. 복수당적, 이중당적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투명한 정당 플랫폼이 투명한 사회를 만들 수 있어요. 이런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하고요. 그래야 미래 세대를 위한 입법 활동도 순수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정당) 투표 시스템도 적용 가능하고요. 예를 들면 우리 당에서 무슨 정책이 나올 것 아니에요. ‘특검하자’라고 하든지. 이런 것들도 당원들의 투표를 DAO(탈중앙화된 자율조직.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커뮤니티로 보면 이해가 쉬움)에서 해볼 수 있어요.

△우리 정부 예산이 657조원 정도 되죠. 기술로 효율성이 올라가면 이것도 줄일 수 있다고 봐요. 대신 중요한 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죠. 우리 청년을 위한 길이고, 대한민국을 정말 기술 패권 국가로 만드는 일이니까요.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결국은 정치가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합니다.

또 국회에 있어보니까 국회 내 낭비가 심합니다. 아무리 환경 얘기를 해도 국회에서 버려지는 서류뭉치 문제는 여전하죠. 그걸 또 카피해서 만들어 쌓아놓고. 제가 봤을 때 그런 것은 필요 없어요.

△이준석 의원을 제가 칭찬하자면, 지하철로 다니는 것이거든요. 실제로 비서가 필요 없어요. 자기가 그걸 하니까. 예약하고 이동하고. 수행이 필요없는 것이죠. 저번에 만났을 때도 지하철로 왔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런 게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정당이 초라해진 것이죠. 저는 그렇게 표현해요.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에 의존해 줄타기를 하는 것이잖아요. 지금은 교도소 담장 줄타기 하는 것과 똑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될지 불안하잖아요. 정당이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지 불안한 사람을 대표로 세우고 그를 연임시키면서 그를 대통령 만들려고 온 정당의 역량을 집중한다? 저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