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금융]사모펀드 사태에 금감원 출신 몸값 쑥

by장순원 기자
2021.02.02 06:00:00

금융사 상임감사 대거 임기 만료
중징계 대비 퇴직관료 선호 경향
독립성 훼손, 당국과 유착 등 우려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권 상임 감사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면서 알짜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 이후 힘있는 금융당국 출신의 선호도가 커졌다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경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서철환 산업은행 상임감사, 임종성 IBK기업은행 상임 감사의 임기가 끝난다. 이익중 NH농협은행 감사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지방은행 감사들의 임기 만료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부산, 광주, 대구, 제주은행을 포함한 지방은행의 감사 임기는 모두 올해 주주총회까지다. 보험업계에서는 농협생명 문재익 감사(6월), 흥국생명 김천일 감사위원(3월)의 임기도 끝난다.

금융권 감사는 고액연봉이 보장되고 권한도 막강한 자리다. 감사의 임기는 회사별로 2~3년 정도 보장되며 상황에 따라 연임되기도 한다. 연봉도 수억원대다. 통상 국책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 감사는 관료 출신, 시중은행이나 보험권을 포함한 민간 회사의 감사는 금융감독원 출신 올드보이(OB)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다 지난 2012년 저축은행 사태, 관피아 논란이 커졌던 세월호 참사 이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퇴직 관료와 당국의 유착 속에서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여론 때문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앞세워 금융회사에 중징계를 내리면서 역설적으로 금융당국 출신 선호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금감원 출신 올드보이(OB)는 업무 전문성을 갖춘 데다 검사를 받는 회사 입장에선 이들을 바람막이처럼 활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작년 사모펀드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우리은행은 금감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병용 감사를 선임했다. 또 작년 말 임기가 만료됐던 허창언 신한은행 감사와 주재성 국민은행 감사 역시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퇴직 이후 3년간 재취업길이 막혔던 OB가 대거 감사 자리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이 더 뜨거워졌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경우 교체되는 감사 대부분을 금감원 출신이 꿰찰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반대로 민간 출신은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홀대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권 감사에 도전했던 한 인사는 “금감원 출신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벌써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감사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경영진에게 쓴소리를 해야 하는데, 자신을 뽑아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 하는 지적이다. 또 친정인 금감원에 업무 청탁을 하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사모펀드 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며 “금감원 OB의 재취업을 바라보는 여론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