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시인물]아! 비정한 시장이여…조양호 별세와 주가의 관계
by이슬기 기자
2019.04.13 09:30:00
조 회장 별세 소식에 한진칼우 한주 내내 ''상한가''
상속세 납부 현금 마련 위해 배당확대 가능성 제기
KCGI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나와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에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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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자본시장엔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걸까. 지난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별세하자 폭등한 한진그룹의 주가가 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조 회장의 별세와 주가 폭등 간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번 주 증시인물은 조양호 회장의 얘기로 풀어본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주 한진칼(180640)은 전주 대비 75% 오른 4만 4100원에 마감했다. 12일엔 상한가로 장을 마치기도 했다. 한편 한진칼우(18064K)는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269.7%나 오른 6만 1200원으로 한주를 마쳤다. 대한항공우(003495)도 12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전주 대비 192.4% 오른 4만 350원에 마감했다. 단기 급등세가 지나치자 한국거래소는 한진칼우를 지난 10일에, 대한항공우를 지난 11일에 각각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이같은 주가 움직임은 8일 조양호 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시장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과 함께 주가가 튀어 오른 이유로는 제일 먼저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조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조 회장의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해야하는데, 상속세 규모가 막대하다 보니 조 회장 일가가 한진그룹 종목의 배당을 늘려 현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일가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수도 없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등을 매각해 배당여력을 확보한 뒤 배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통주보다 우선주의 급등세가 더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에 있어선 보통주보다 유리하다. 작년 말 기준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17.84%다. 여기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 정석물류학술재단(1.08%)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28.95%에 이른다.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1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편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며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또 다른 주가상승의 요인이다. ‘강성부 펀드’라고 불리는 KCGI는 한진칼에 경영 쇄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며 지분율을 계속 높여나가고 있는데, 조 회장의 별세로 그의 지분이 상속된 후에는 지분규모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아 KCGI의 발언권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KCGI가 목소리를 키울 경우 한진그룹이 주주가치 제고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양호 회장 별세에 따른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재차 재기됨에 따라 지분율 매입경쟁 발생 가능성에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면서도 “사측이 경영권 위협을 느낄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의 우호세력 확보 방안 등의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어 주가의 하방 변동폭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12일 오전 KE012 정기편으로 마지막 비행을 마쳤다. 그가 운구된 KE012 정기편을 함께 탄 가족들은 조 회장의 마지막 유언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였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진그룹 조 회장의 마지막 비행을 지켜본 시장의 시선은 퍽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