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 전주페이퍼·태림포장 인수 추진…'제지名家' 재건

by강경래 기자
2019.03.17 11:53:47

한솔제지, 전주페이퍼·태림포장 인수 위해 삼성증권 자문사 선정
전주페이퍼는 한솔그룹 모태격인 업체, 태림포장은 골판지 1위
백판지 1위인 한솔제지, 태림포장 인수할 경우 산업용지 선두 올라서
다만 1조 이상 인수금액 부담, 계열사 매각·FI 확보 등 예상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한솔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한솔제지를 앞세워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 인수를 추진한다. 한솔은 이를 통해 ‘제지명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는 한편, 골판지와 신문용지 등 제지분야에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7일 한솔그룹 관계자는 “한솔제지가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인수하기 위해 삼성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솔 측은 인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솔은 우선 그룹 모태인 전주페이퍼 인수를 통해 제지명가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은 1965년 신문용지업체인 새한제지공업을 인수한 후 공장이 있는 전주지역 이름을 따 전주제지로 사명을 바꿨다. 전주제지는 1972년 삼성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전주제지는 이후 이 회장 장녀이자 한솔그룹 창업주인 고 이인희 한솔 고문이 이끌었다. 1983년 전주제지 경영에 참여한 이 고문은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전주제지를 독립시켰다. 이후 한솔제지로 사명을 바꿨으며 이는 오늘날 한솔그룹 모태가 됐다.

하지만 한솔그룹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당시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솔제지에서 신문용지사업부를 떼어내 팬아시아페이퍼에 매각했다. 이후 2008년 모건스탠리PE가 팬아시아페이퍼로부터 전주제지를 8100억원에 인수한 후 사명을 전주페이퍼로 변경했다. 한솔이 전주페이퍼를 인수할 경우 20년 만에 모태기업을 되찾는 셈이다.

또한 한솔은 태림포장 인수를 통해 백판지에 이어 골판지까지 산업용지 전반을 아우른다는 전략이다. 한솔제지는 현재 국내 인쇄용지와 백판지 시장에서 각각 28%와 42%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인쇄용지는 무림페이퍼에 이어 2위, 백판지는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최근 택배물량 증가로 성장세에 있는 골판지는 여전히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다.



한솔 입장에서는 국내 골판지 시장에서 24% 점유율로 1위인 태림포장을 인수할 경우 백판지와 골판지를 합친 산업용지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선두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솔제지가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인수할 경우 기존 인쇄용지와 백판지에 이어 신문용지와 골판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종합제지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판지 완제품을 만드는 태림포장은 사모펀드인 IMM PE가 2015년 당시 3500억원에 지분 68.78%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태림페이퍼 등 7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솔이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해부터 폐지 등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환경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정책 변화로 국내에서는 폐지가 남아돌면서 폐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지 원료인 폐지(골판지 기준) 가격은 지난해 7월 1㎏당 64.9원으로 같은 해 1월 136.4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러한 폐지 가격 하락은 이를 활용해 백판지와 골판지, 신문용지 등을 만드는 제지업체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11.9% 늘어난 1조 7923억원이었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9% 늘어난 1114억원에 달했다. 한솔이 인수에 나선 태림포장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6%와 978.4% 늘어난 6086억원과 357억원이었다. 비상장사로 아직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전주페이퍼 역시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한솔 입장에서는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동시에 인수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 인수에 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한솔제지가 보유한 유동자산은 6597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유동자산 2828억원) 등이 지원사격에 나서더라도 자금은 여전히 부족하다.

때문에 한솔은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 인수를 위해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비롯해 FI(재무적투자자)를 확보하는 등 방법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한솔홀딩스는 지분 91.43%를 보유한 한솔개발 매각을 추진 중이다. 골프장과 스키장, 콘도 등을 보유한 오크밸리를 운영 중인 한솔개발을 매각할 경우 1000억원 안팎의 현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한솔제지를 주축으로 한솔그룹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투자하거나, FI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