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투자와 보험

by하상주 기자
2008.07.21 12:20:0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금융자산에 투자할 경우 값이 올라갈 때 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값이 내려가도 돈을 벌 수 있다. 올라갈 때 돈을 버는 것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산 금융자산의 가격이 100에서 150으로 올라갔을 경우다. 내려도 돈을 버는 것은 남에게서 금융자산(*주식이라고 하자)을 빌려서 지금 150에 팔고, 나중에 100이 되었을 때 그 주식을 다시 사서 빌린 사람에게 주식을 돌려주면 나에게는 50이라는 이득이 생긴다. 후자를 <빌린 주식매도>라고 한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가들은 빌린 주식매도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큰 자금을 굴리는 회사들은 올라간다고 보았는데 혹시나 떨어지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매수와 빌린 주식매도를 적당한 비율로 조정해 나가면서 적정한 수준의 손익을 조정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예상 외 손실에 대한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자산 투자에서 예상과 다른 일이 일어나 큰 금액의 투자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막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알기 쉬운 것으로는 주식투자에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채권투자에서는 보증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헷지라고 부른다. 당연히 헷지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리고 헷지 비용은 최소한이 되기를 바란다. 최소의 비용으로 헷지를 한다는 것은 이 시나리오가 작동할 경우 작은 돈으로 큰 수익을 본다는 말이다. 즉 헷지 대상 상품 속에 투기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헷지와는 상관없이 투기적 목적으로 이런 상품에 투자하는 회사도 있다.

그러면 투자자에게 손실이 나면 대신 갚아주겠다는 약속(*또는 상품)을 판 보험회사들은 만약에 올 수 있는 손실을 어떻게 관리할까? 보통은 일반 보험회사들처럼 역사적 평균 사고율을 계산하여 필요한 정도의 준비금을 유지한다. 그러나 신용이 쉽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그리고 평균보다 낮은 사고율이 장기로 계속되면 보험회사들은 준비금의 수준이 낮아지고, 보험료도 낮게 매긴다. 이는 다시 자산의 가격을 올린다. 이렇게 하여 금융시장은 호황을 지나 거품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영향을 받아 실물시장도 높은 성장을 한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으로 80여년 만에 엄청난 비가 오고 홍수가 났다고 하자. 점점 강가로 내려와 싼 보험을 들고 지은 집들이 강물에 휩쓸려 가고 있다고 하자. 보험회사들은 이 손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재보험을 들려고 해도 이를 받으려는 회사가 없다.

미국 정부는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라는 모기지 인수 및 보험회사가 이런 상태에 빠지자 발빠르게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기도 어렵다. 이 두 회사는 미국 전체 모기지 시장 12조 달러 중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엄청나게 큰 회사다. 한국은행도 보유준비금을 이 회사 부채에 투자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식시장이 잠시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페니 매/프레디 맥을 포함한 미국 주요 금융회사들에 대해 <빌린 주식매도>를 금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상 범위도 차츰 더 넓히겠다고 한다.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필자에게는 이런 조치가 미국이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다 찾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만큼 미국이 지금 위급한 상황에 몰려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로 보인다.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2007년 개정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