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이민개혁 이끈 프랑스 총리, 역풍 못 이기고 퇴진
by박종화 기자
2024.01.09 07:26:42
보른 프랑스 총리, 마크롱 대통령에 사의
佛 여당, 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극우정당에 지지율 뒤처져
후임으론 30대 최연소 총리 발탁 거론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의 연금·이민 제도 개편을 이끈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역풍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24 방송 등에 따르면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은 보른 총리가 이날 사의를 표명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2022년 5월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과 함께 집권 2기 내각 총리로 임명된 지 1년 7개월 만이다.
프랑스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인 보른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지난해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제도 개편과 이민 문턱을 높이는 이민법 개정을 이끌었다.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선 개혁을 미룰 수 없었다는 게 마크롱 대통령과 보른 총리 주장이었지만 이로 인해 여당 인기는 하락했다. 6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프랑스 여당인 중도 르네상스 지지율은 극우 국민연합에 8~10%포인트가량 뒤처지고 있다.
애초 재임 기간 2년을 채울 것으로 예상됐던 보른 총리가 조기 강판된 건 국면을 전환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다. 연립여당인 민주운동의 프랑수아 바이루 대표는 “정부 지도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개각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전날 BFM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보른 총리도 사임의 변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국정 동력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걸 시사했다.
새 총리론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과 세바스티앙 르코르누 국방장관이 거론된다. 두 사람은 각각 34세, 37세로 총리가 된다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된다. 특히 아탈 장관은 성소수자여서 임명 여부에 더욱 관심이 간다. 정치 평론가 베냐민 모렐은 프랑스인포 라디오 방송에서 “소통이 잘 되고 젊고 역동적인 얼굴을 가진 총리는 선거 운동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르면 9일 신임 총리를 지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