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전기요금 인상 압력 가중…추가인상 검토 필요할 수도

by김형욱 기자
2022.03.06 10:27:12

전력도매가 2월에 이미 역대최대…3월 이후 더 오를 듯
"사태 장기화 땐 4·10월 인상으론 역부족…추가 검토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더 가중하고 있다. 자칫 지금과 같은 전쟁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앞서 계획했던 4·10월 인상 외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전기계량기 (사진=뉴시스)


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015760)가 지난 2월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올 2월 1킬로와트시(㎾h)당 197.32원(육지·제주 통합)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 속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국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3월 이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에너지 가격이 당분간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이미 이달 들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며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책연구기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현 긴장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25달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대러 제재 확대 등 유사시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악의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국내 전체 발전량의 약 27%를 담당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역시 크게 올랐다. 이달 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원자재 인사이츠 집계 기준 동북아 시세가 100만BTU(열량단위)당 59.672달러를 기록했다. 1년 새 10배 가량 오른 것이다. 정부도 LNG 할당관세 0% 유지 조치를 7월까지 늦추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 장기화 땐 전기 생산비용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한전은 이미 전기요금 인상을 계획했다. 4월과 10월 1㎾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고, 기후환경요금도 2원 인상(4월)해 연내 11.8원을 올릴 계획이다. 인상률로는 10.6%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하지 않은 앞선 인상 계획 만으론 현 에너지값 폭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치=전력거래소)


현 LNG발전을 대체할 대안도 마땅치 않다. 국내 전체 발전량의 약 31%를 맡은 원자력발전소 역시 현재 가동률이 90%로 추가 발전 여력이 없다. 석탄(유연탄)화력발전(약 34%)은 봄철 미세먼지 대응 때문에 오히려 가동률을 대폭 줄인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6.6%) 등 다른 발전원은 아직 그 비중이 작고 단기간 내 발전량을 대폭 늘릴 방법이 없다.

한전 역시 최근 적자 폭 확대로 현 상황을 감당할 여력이 적다. 한전은 지난해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결정 속 5조340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현 추세라면 올해는 적자 폭이 최대 2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적자 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5조3329억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땐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팀장은 “현 고유가 상황이 1분기 이상 이어질 경우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며 “앞선 인상 계획은 대러 제재 이후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을 반영하지 않은 만큼 사태 장기화 땐 추가 인상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내 에너지수급 안정화를 위해 석탄발전을 중심으로 타 발전원 발전량을 제한적으로 상향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 사태를 계기로 할인 등 전기요금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조성경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는 “전기소비 저감과 기후위기 대응, 한전의 효율 경영이란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면 현행 전기요금 할인제도를 비롯한 전기요금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래야 국제유가나 LNG 가격 변동에도 국가 경제와 국민 삶이 쉽게 출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