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M&A]②기업發 구조조정 매물이 시장 불씨 지폈다

by김성훈 기자
2020.12.28 06:30:00

대기업 구조조정 매물, M&A시장 반등 불씨
두산·대한항공 자회사, 한진重 속속 새주인
"M&A 통한 시장 재편 움직임 이어질 것"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코로나19’로 주춤하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하반기 반등할 수 있던 데는 대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매물들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반등 흐름을 예측한 자본시장이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우수하지만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떨어진 가치 매물 투자에 집중하면서 열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대표적인 기업이 두산(000150)과 대한항공(003490), 한진중공업(097230)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그룹 보유 골프장 클럽모우CC와 자사 계열 벤처캐피탈(VC)인 네오플럭스를 각각 1850억원, 7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두산솔루스(336370)(6896억원)와 두산모트롤BG 사업부(453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매각을 연달아 갈무리했다.

지난 23일에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하며 길었던 올 한해 M&A 여정을 마무리했다.

두산그룹의 자산 유동화 작업은 앞선 두산솔루스 매각 과정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스카이레이크와 프라이빗딜(수의계약) 형태로 협상을 벌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 공개 매각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난항을 겪다 결국 원 협상 대상자인 스카이레이크와 계약을 맺자 ‘더는 망설이면 안 된다’는 평가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한진중공업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우협)에 동부건설·NH프라이빗에쿼티(PE)·오퍼스PE 컨소시엄이 선정하면서 길었던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 조선 업황 부진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맺었지만 지난해 초 해외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자본 잠식에 빠졌다. 이후 채권단이 기존 최대 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지분을 모두 소각하고 대출금을 한진중공업 주식으로 전환하며 산업은행이 지분 약 16%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자회사인 동부건설을 앞세워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른 한국토지신탁은 동부건설과 한진중공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전체 매출 중 토목·건축·플랜트 등 건설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이른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부산 영도조선소는 부산시의 북항 재개발 계획과 연계해 향후 가치 상승 기대감이 크다. 조선소 부지를 상업 지역으로 재개발하면 큰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 이슈가 불거진 대한항공도 굵직한 자사 매물을 팔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지난 8월 대한항공 기내식·면세점 사업부를 9906억원에 인수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근에는 사모펀드(PEF)운용사인 케이스톤파트너스와 칼 리무진 매각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칼 리무진 매각 방향을 두고 오랜 기간 협상을 이어오다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협상 막바지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사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연말 내지는 내년 초에 계약이 완료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칸서스·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왕산레저개발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대금은 1300억원으로 내년 1분기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자구안 이행 과정에서 나온 매물들이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면서 하반기 M&A 시장 회복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코로나19 이슈로 주춤해진 기업들이 M&A를 통한 시장 재편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