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상희 기자
2017.05.20 09:10:00
외부 기고
임지운 마이리얼플랜 이사
[마이리얼플랜 칼럼] 최근 법원의 판결로 자살보험금 문제가 일단락됐다. 자살보험금 문제는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에 가입 후 2년이 지난 재해사망보장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생명보험사들이 지급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긴 시간 끌어왔던 이 문제는 결국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지급을 미뤄왔던 보험회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낮은 수준의 과징금이나 법적 제재를 받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 매우 비상식적인 일들이 많았다. 우선 종신보험, 정기보험에 가입한 보험가입자와 계약자 간의 계약내용이 담겨 있는 ‘약관’에 기재돼 있는 사실을 보험회사가 부정했다는 점이다. 자세한 사항은 약관을 참고하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는 생명보험 회사들이 약관에 기재된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한 변명은 더 황당했는데, 자살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재해사망보장의 약관을 작성한 것이 ‘실수’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10여 개의 생명보험사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할 수 있었을까? 모두 하나같이 앞서 판매되고 있는 보험회사의 보험약관을 베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더한 것은 이런 분쟁과 민원이 지속하면서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새로운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보험금의 소멸시효인 2년이 지났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인데, 소멸시효가 경과해 종신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저 핵심을 비켜 가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대법원은 소멸시효 경과 보험금에 대해 보험사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을 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징계를 무기 삼아 보험사들을 압박했고, 결국 모든 생명보험 회사들은 전 계약 건에 대해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보험회사들이 받는 제재 내용을 보면 재해사망 보험을 1개월간 판매하지 못하고, 얼마간 신사업을 할 수 없다거나 혹은 벌금을 내는 것 등이다. 당연히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않는 보험회사에게 가해지는 제재의 내용치고는 너무 부족하다. 특히 재해사망 보험을 한 달간 판매 못 하게 하는 제재는 현장에서 보기에는 솜방망이 처벌로 느껴진다. 단순히 금감원이 가진 힘으로 거래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난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실제로 해당 약관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 두 가지 내용이 함께 존재하는 오류가 있다. 그렇다면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보험회사인데, 지키지 않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 분쟁이 된다는 것이 이상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오류의 약관을 만든 것부터 이를 베끼는 관행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보험회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인 개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