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임 "블랙리스트? 45년간 소리만 해왔을 뿐"

by장병호 기자
2017.03.24 06:30:00

지난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올라 주목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일" 심정 밝혀
소리인생 45주년 맞아 음반·공연 준비
"더 많은 이에게 국악과 전통 알릴 것"

국악인 김영임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린 ‘소리인생 45주년 기념공연 및 음반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있다더라. 그 말을 듣고서야 내가 최근 몇 년간 큰 무대에서 ‘아리랑’을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저 45년간 전통을 알리기 위해 우리 소리를 해왔을 뿐이다.”

국악인 김영임(64)은 지난해 실체가 드러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실려 새삼 주목을 받았다. 공연과 방송 출연 등 대중적으로 활동해온 국악계 대표 소리꾼이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임은 “전통예술을 하는 국악인은 ‘어떤 편에 서야 잘 될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며 “‘블랙리스트’란 단어를 들었을 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심정을 밝혔다.

△국악 대중화 위해 걸어온 한 길

김영임은 올해 소리인생 45주년을 맞아 기념공연과 음반 발매를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이날 간담회는 김영임이 그동안의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그는 “긴 세월 동안 우리 소리를 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내가 왜 소리를 했나’란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우리 소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1972년 스무 살 나이에 국악인으로 데뷔한 김영임은 1974년 음반 ‘회심곡’을 발표하며 국악계 스타 소리꾼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1994년부터는 뮤지컬 형식을 차용한 콘서트 ‘김영임의 소리 효’를 시작해 지난 20여 년간 전국 곳곳에서 공연을 해왔다.



올해는 국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시도했다.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기념음반을 녹음했고, 지휘자 엄기영이 이끄는 45인조 페스티벌 팝스 오케스트라와 전국 투어에 나선다. 김영임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국악이 지금은 새로운 음악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우리 소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JTBC 예능 프로그램의 ‘힙합의 민족’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악과 전통을 젊은 세대에게도 알리기 위함이었다. 김영임은 “그동안 청소년에게 내 소리를 알리지 못한 게 45년 소리인생에서 안타까운 점”이라며 “국악은 고루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걸 음반과 공연으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곧은 삶의 비결은 ‘우리 소리’

이날 간담회의 사회자로는 남편인 희극인 이상해가 나섰다. 김영임은 “38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은 나에게 ‘효’의 중요함을 알려준 인생의 선배이기도 하다”고 변함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이상해는 “평소 잘 안 떠는 성격인데 오늘은 가족 행사라 그런지 떨린다”며 “앞으로도 김영임이 우리 음악이 빛날 수 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오는 4월 22일부터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투어를 한다. 김영임은 “20년 넘게 공연을 하면서 많은 부모님과 어르신을 만났다. 나도 사람인지라 앞만 보지 않고 옆도 뒤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곧은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소리’의 힘이자 공연을 찾아와주신 어르신들 덕분었다”고 털어놨다.

김영임의 소리 인생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해외 공연과 후진 양성을 위해 계속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영임은 “지금 공연 출연진 그대로 해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한 내가 죽어도 ‘김영임의 소리’를 이어갈 제자 발굴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