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책임경영 선언 후 인도 방문.. 소프트웨어 강화 의지
by이진철 기자
2016.09.18 10:55:16
추석연휴기간 인도 방문, 모디 총리와 사업현안 논의
등기이사 발표 후 첫 현장경영.. 제조+ICT 다양한 접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1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와 만나 사업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삼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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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책임경영 강화를 선언한 후 해외 첫 현장경영으로 인도 사업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기로 한 후 인도 사업장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전자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 향후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행보라는 시각이 나온다.
18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추석연휴 기간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를 예방하는 등 현지 사업현안을 직접 챙겼다.
지난 12일 열린 삼성전자(005930) 이사회에서 이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키로 결정한 후 첫 해외사업장 방문지로 인도를 선택한 것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미래 먹거리 찾기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최근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로 겪고 있는 위기를 중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로 타개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이번 인도 방문에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신종균 삼성전자 정보통신·모바일(IM)부문 사장도 동행했다.
인도는 삼성이 1995년 처음 진출한 이래 지난 20년간 판매와 생산, 연구개발, 디자인 등에 꾸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자체개발 운영체계(OS) 타이젠(Tizen)을 탑재한 스마트폰 ‘Z3’를 처음 출시한 지역이다.
이 부회장은 모디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은 인도의 ‘메이드 인 인디아(Make in India)’,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인도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인도를 전략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단순한 외자기업이 아닌 인도 로컬기업으로서 인도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인도에서 삼성전자 서남아총괄과 판매법인, TV와 생활가전,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첸나이·노이다 생산공장, 연구개발(R&D) 센터와 디자인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는 삼성전자의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애벌 빨래 세탁기’는 당초 인도 내수시장을 위해 인도에서 개발된 전용모델이었으나, 현재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에 비해 약점이라고 지적돼온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해 타이젠 보급과 확산에 공을 들여왔다. 이를 위해 인도에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 ‘Z3’를 처음 공개한 것도 지난해 7월 인도에서 열린 개발자회의였다.
이 부회장은 ‘Z3’가 공식 출시되기 전부터 직접 임직원에게 전화를 걸며 통화품질과 편의성 등을 직접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공식 출시한 ‘Z3’는 현지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에 타이젠을 탑재하고 있으며, 향후 5년 안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자사가 생산하는 모든 스마트가전에 타이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성 전체 제품이 사물인터넷(IoT)와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타이젠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향후 이사회 일원으로서 중장기 투자와 성장동력 확보 등 전략적 의사결정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이라며 “전통적인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접목한 다양한 실험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인도시장을 처음 방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