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분식회계 의혹]①금감원도 말 못했는데, 감사원이 최초 확인?

by김도년 기자
2016.06.24 06:50:00

"감사원이 분식회계 확인하는 동안 금감원은 뭐했냐" 비판 일어
'1.5조 분식 최초 확인' 강조한 감사원 "분식 추정 단서 정도 발견" 한발 빼
"분식 가능성 상당하나 수사·감리 결과 나오지 전엔 단정하기 일러"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감사원 감사팀이 (대우조선의) 회계분식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최초로 발견했다. 이걸 분식회계로 보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 과정을 집중 점검하면서 였다” (6월15일 감사원, 대우조선-산업은행 감사 결과 발표)

감사원은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042660)과 대주주 산업은행의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브리핑한 이후 언론에선 분식회계 감독기구 금융감독원의 ‘감독 부실론’이 거론됐다. 감사원은 브리핑에서 “회계분식 여부는 금융위원회의 전권 사항으로 금감원의 감리가 필요하다”고 누차 부연했지만 “감사원조차도 분식회계를 확인하는 동안 회계 전문가 집단인 금감원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데는 “회계분식 정황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주장한 감사원의 브리핑이 단초를 제공했다.

금감원은 이런 언론의 비판에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감사원이 대우조선 관련 분식회계 정황을 확인하는 데 금감원도 관련 기관으로서 협조했고 아직 회계감리가 끝나지 않아 발표를 못 했을 뿐인데 감사원이 앞장서서 분식회계를 확인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설익은 정황들을 언론에 흘리면서 ‘분식회계 감독 권한을 금감원이 아니라 검찰에 주자’는 비아냥도 나온다. 다만, 조사권의 강제력이 강한 공무원 조직 감사원과 검찰이 적극적으로 감사와 수사를 진행하면서 금감원의 감리 작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감사원은 대우조선의 40개 해양플랜트를 점검한 결과 2013년과 2014년에 반영되는 총예정원가를 임의로 적게 계산해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을 1조 5000억원 가량 줄였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발주처와의 보상금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공사원가도 보상금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곧바로 총예정원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로 분식회계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같은 논리에 따른 분식회계 정황은 이미 지난해 7월 이데일리 보도(관련기사→석연찮은 대우조선 3조 손실…풀리지 않는 분식 의혹)에서도 제기됐다. 관계당국 간에 어디서 최초로 분식회계 정황을 확인했는지 공로를 따지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또 감사원이 ‘총예정원가를 임의로 줄였다(차감)’라고 표현한 것에는 고의성이 있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분식회계(Window Dressing)와 단순 회계오류(Error)가 모두 포함된다. 감사원이 대우조선 내규와 회계규정에 따라 계산한 총예정원가와 대우조선이 재무제표에 반영했던 총예정원가의 금액이 다르고 산업은행의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에서도 최고 위험등급(5등급)으로 나오는 등 다양한 정황상 대우조선은 분식회계를 했다고 볼 상당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나 금감원 감리 결과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감사원이 대우조선의 결정적인 분식회계 증거를 찾은 것도 아니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장은 20일 전화통화에서 “대우조선 분식회계는 검찰 수사와 금감원 감리 과정에서 정확하게 밝혀져야 할 문제로 봤고 우리도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분식회계를 확정했다’는 게 아니라 ‘총예정원가를 임의로 줄였다’는 표현을 고심해서 사용했다”며 “분식회계로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했다는 정도로만 브리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식회계로 본 결정적 계기를 강조한 15일 브리핑 당시보다는 사뭇 신중해진 뉘앙스다.

한 회계 전문가는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한 가능성은 상당하고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수사·감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분식회계로 단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검찰과 감사원, 금감원이 대우조선 분식회계 정황을 먼저 포착했다고 경쟁적으로 나설 게 아니라 조선업 전반에 분식회계가 만연해 있는 건 아닌지 철저히 들여다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