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무슬림 관광시장 블루오션 '이란'

by문화부 기자
2015.04.20 08:23:03

[이재성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 중국관광객 ‘요우커’에 대한 관심이 요즘처럼 뜨거운 때가 있었을까. 불황의 끝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시름이 깊은 가운데 요우커가 대거 방한해 국내 관광업계에 큰손이 되었으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온통 요우커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소리없이 떠오르는 관광시장이 있으니 바로 무슬림 시장이다.

2014년 중동과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은 75만여명. 1400만명을 웃도는 국내 총 외래관광객의 5.3% 정도이다. 현재 세계 무슬림 인구의 25% 수준이고 2025년경 무슬림이 세계인구의 3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한다면 5.3%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한 외래관광객 중 무슬림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제 무슬림 관광객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채비를 갖춰야 할 때라는 점에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얼마 전 지구촌의 큰 갈등이던 미국-이란 간 핵협상이 타결됐다. 이는 앞으로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많은 활동을 할 것이고 자연스레 관광시장도 활성화되리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관광산업 측면에서 이란은 한국에게 무척 매력적이다. 우선 이란은 남한의 16배에 달하는 면적에 인구가 8000만명인 거대시장이다. 비록 현재는 1인당 GDP가 5000달러 정도지만 풍부한 석유자원이 있어 유엔 경제제재가 완화되면 빠르게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석유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지만 핵협상 타결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란인이 여행을 즐긴다는 점이다. 이란은 무슬림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여행소비가 많다. 무슬림 시장 전문연구기관인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2013년 이란의 관광지출은 143억달러로, 이는 한국의 2013년 관광외화수입인 141억달러를 웃돈다. 따라서 경제제재가 완화되면 이란의 관광지출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는 이란인이 한국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2006년 이란 국영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은 평균시청률 57%, 최고시청률 90%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지난달 서울에서 이란대사관이 주최한 행사에 배우 이영애 씨를 VIP로 초대한 것은 지금까지도 ‘대장금’이 이란인에게 깊이 각인돼 있음을 말해주는 한 사례이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작년 11월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의 3대 도시에서 펼친 한국관광 로드쇼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한국에서 유학했던 이란인이 한국을 소개하는 행사장엔 이란관광업계와 일반인이 빼곡히 모였고, 이들이 한국에 대해 보이는 관심은 상상보다 훨씬 깊고도 큰 것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 2014년 방한 이란인은 6500여명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이란 간 직항편도 없고 이란인이 방한 여행비자를 발급받으려면 비자 신청을 대행해 주는 여행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런 여행사는 전국에 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숫자도 그렇지만 문제는 이들이 그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방한상품가격을 턱없이 높게 올려 받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목적지로서의 한국홍보 강화와 함께 비자제도 개선과 항공노선 개설 등은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이라 하겠다.

한국관광공사가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시장다변화의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분명 무슬림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할 것이 틀림없다. 1977년 서울과 테헤란의 자매결연을 기념해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생겼다. 테헤란로를 가득 메운 이란관광객과 서울로를 가득 매운 한국관광객들. 이는 핵협상 타결로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