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박원순 "복지는 미래와 사람에 대한 투자"

by김용운 기자
2014.04.15 08:26:20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인터뷰
"빚 줄이는 데 총력..연말엔 채무 7조원 줄여"
강남북간 격차 해소 MICE산업 육성 등 고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6개월여간 서울시정을 회고하며 현재 여러 현안들에 대해 답을 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4년도 이후 재보궐 선거로 서울시의 수장이 된 유일한 시장이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무상 복지’ 논란은 3년 전 박 시장의 운명을 바꿨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무상 급식 찬반 여부를 투표에 부치지 않았다면 박 시장은 여전히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박 시장은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복합기술대학원장의 양보로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해 53.4%의 득표로 당선, 인구 1000만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새 책임자가 됐다.

박 시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취임 후 머리숱이 더 적어지고 염색을 해야 할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사람들의 꿈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자리에 있어 신이 났다”고 회고했다. 박 시장에게 취임 이후 2년6개월여간의 소회를 비롯해 시정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박 시장이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무산 위기에 놓인 서울시내 대규모 개발 계획의 ‘출구 전략’이었다. ‘뉴타운’과 ‘한강 르네상스’ 및 ‘용산 재개발’로 상징되는 전임 시장들의 청사진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시의 재정에 부담으로 남았고 주민들 간의 갈등 원인이 됐다. 박 시장은 대형 개발사업들을 다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무리한 사업들은 중단하고 시의 재정 적자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의 우선 순위를 조정했다. 시장 관용차를 대형 세단에서 승합차로 바꾸고 출장 시 비행시간이 5시간 이내면 이코노미석을 탔다. 베이징 같은 곳은 당일치기로 출장을 다녀오며 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솔선수범했다.

“취임해서 보니 서울시의 채무가 약 20조원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부채를 줄이는 데 시정을 집중하도록 했어요. 전시성 사업과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지 않고 긴축재정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3조원의 채무를 줄였고 올 연말이 되면 7조원의 채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 시장은 “나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일을 벌이지 않겠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장으로 남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 전임 시장들을 반면교사 삼겠다는 의미다. 이 말로 인구 1000만명의 거대 도시 시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발과 토목공사 없이 도시의 성장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폭우에 대비해 도심 곳곳의 하수관거를 확대했고 산사태 방지를 위해 재원을 투자하는 등 도시 안전에 필요한 공사는 지속했습니다. 또 서부간선도로 지하화를 위한 제물포 터널 공사와 경전철 확대도 결정했습니다. 과거와는 굉장히 다른 내용의 토목 공사를 통해 생태적 건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이 시정 운영에 핵심으로 꼽는 것은 ‘소통과 경청’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직접 운용하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다. 각종 SNS로 박 시장과 맺어진 네티즌이 100만명이 넘는다. 박 시장은 신청사 지하의 시민공간인 시민청 건립 당시 이름에 관청 청(廳)이 아닌 ‘들을 청(聽)’을 썼다.

지난해 1년 동안 박 시장은 자치구의 다양한 갈등지역을 방문하는 ‘현장시장실’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묵묵히 들었다. 경청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시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밑거름이 된다고 확신해서다.

서울시 심야버스인 ‘올빼미 버스’와 지난 3월 26일 ‘대중교통의 날’ 첫 선을 보인 ‘타요 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들의 제안을 박 시장이 서울시 정책으로 받아들인 케이스다.

“정책의 아이디어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입니다. 심야 버스나 타요 버스 모두 시민들이 제안을 해주신 것입니다. 시민들이 삶 속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아이디어들을 많이 제안해 줍니다.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꿉니다.”



박 시장이 현재 고민 중인 사안은 크게 세 가지다. 강남과 강북의 지역 격차 해소와 ‘마이스(MICE) 산업’ 육성, 그리고 서울 지하철 코레일 구간의 운영권 확보 문제다.

박 시장은 최근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 4개구(성북·강북·노원·도봉구) 발전을 위해 ‘행복 4구 플랜’을 발표했다. 창동과 상계지역의 시유지 133만㎡ 등의 개발을 포함해 2030년까지 이 일대를 신경제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서북권 지역의 수색역 일대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연계해 개발하는 계획도 내놨다. 서남권의 마곡 R&D(연구·개발) 융복합 산업 단지 개발도 박 시장이 강남북 격차 해소 방안으로 내놓은 정책들이다.

여기에 코엑스 일대의 한국전력 부지 재개발을 통해 서울을 ‘MICE 산업의 거점 국제도시로 육성한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MICE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 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 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Event)를 아우르는 융복합 관광산업이다.

아울러 잦은 고장으로 물의를 일으킨 서울 지하철 문제도 고민거리다. 박 시장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과 열차에서 주로 사고가 난 만큼 향후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서 서울 지하철을 일괄 운영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 복지’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복지에 대한 박 시장의 철학은 확고했다.

박 시장은 “무상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무상 복지 논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복지를 늘리기 위해선 그만큼 재정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박 시장은 “정부의 복지예산이나 국민들의 삶의 질은 아직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다소 뒤처져 있다”며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복지 분야에 재정을 투입할지 합리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는 낭비는 아니고 미래와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곳간을 다 비우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 국민에게 해당하는 보편적인 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고 환자안심병원 사업과 영유아 필수 예방 접종 등은 지자체가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예산의 낭비를 줄여 이를 복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예산 절감이 무상 복지의 근간입니다.”

박 시장은 “24조 가량의 서울시 예산 중 1000만원이 소요되는 예산일지라도 제가 직접 보고 조율한다”며 “어느새 살림꾼이 다 됐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