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격표시제 `구멍 뚫렸다`

by김정민 기자
2012.01.27 08:57:38

지자체, 인력부족 규정미비로 단속 소극적

[이데일리 김정민, 김유성 기자] 지식경제부가 `물가잡기`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시행 초기부터 암초를 만났다. 공짜폰 광고는 사라졌지만 가격표시를 제대로 지키는 곳은 드문 실정이다.

지경부는 계도기간이 끝나는 20일부터 위반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를 놨지만 단속을 맡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인력부족과 규정 미비를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와 각 구청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현장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한 새 가이드라인을 지경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지경부는 현행 규정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경부 고시안만으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위반사항을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경부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다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회신이 없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전시된 휴대폰 및 액세서리에 판매가격을 표시하지 않거나 ▲실제 판매가와 표시가격이 다른 경우, 적발된 횟수에 따라 각 지자체가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에서는 인력 부족은 물론 규정 미비로 위반 매장을 적발해 내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단말기의 출고가나 요금할인 적용가격을 판매가격으로 표시한 경우 명백한 위반이다. 하지만 수많은 판매점에서 수십 종에 달하는 단말기 가격을 일일히 대조해 불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전시대에 진열된 목업(Mock-up)폰의 경우 이미 단종됐거나 찾는 고객이 드물어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격표시제 위반 여부를 지적하면 단순히 디스플레이를 위해 전시한 제품까지 가격을 표시해야 하냐고 항의하는 매장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선 판매현장에서는 전시대에 진열된 구형폰과 공단말기로 판매하는 외산폰에는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울러 가격 표시제 적용대상에 포함된 휴대폰 액세서리의 경우 백화점, 관광용품 매장, 문구점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어 이들 매장까지 단속대상에 포함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 조치는 일관성과 형평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애매한 규정에 따라 일벌백계식으로 단속에 나설 경우 현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에 소극적"이라며 "소비자단체들과 협력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