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 파트너 찾아라”…뷰티 넘보는 패션업계 ‘분주’

by김정유 기자
2024.10.16 05:50:00

SE인터, C사와 ‘젤라또 피케’ 뷰티 브랜드 개발
수출 중심 C사 통해 향후 해외 사업 탄력 기대
규모 작지만 특화 기술 중심 ‘중소 ODM’ 문의 늘어
뷰티 유통사 인수 통해 간접 진출하는 사례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패션업계가 최근 호황을 맞은 뷰티(화장품) 사업 진출을 위해 특화 파트너 물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을 뷰티 상품에도 입혀 패션·뷰티 사업간 연계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뷰티 유통업체 지분을 인수해 해외를 공략하는 패션업체도 나오는 등 전략적인 활용도가 커진 모양새다.

SE인터내셔널이 전개하는 일본 라운지웨어 브랜드 ‘젤라또 피케’. SE인터내셔널은 젤라또 피케 브랜드로 내년 초 뷰티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사진=SE인터내셔널)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업체 SE인터내셔널은 최근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C사와 자사 라운지웨어 브랜드 ‘젤라또 피케’의 뷰티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뷰티 제품들에 들어갈 구성물까지 확정한 상태다. 이르면 내년 초 젤라또 피케와 연계한 자체 뷰티 브랜드를 선보일 전망이다.

SE인터내셔널은 최근 일본 매쉬홀딩스와 합작법인(SE스타일)을 설립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매쉬 홀딩스가 선보인 젤라또 피케는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이 3000억원 수준으로 최근 국내 시장엔 걸그룹 르세라핌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C사는 경우 글로벌 명품 브랜드 ‘샤넬’ 등 유럽과 미국 내 업체들로부터 브랜드 기획과 제조까지 일괄수주하는 형태로 상품을 제공 중인데 해외 매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전해졌다. 젤라또 피케도 국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과 향후 해외 수출까지 계획하고 있어 C사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SE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젤라또 피케는 집에서 즐기는 라운지웨어로 브랜드 슬로건도 ‘디저트를 입다’로 집에서 즐기는 뷰티까지 연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봤다”며 “뷰티 브랜드 출시 이후 수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패션업체들의 뷰티 사업 확장이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올해 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했고 한섬도 뷰티 브랜드 ‘오에라’ 제조사인 한섬라이프앤의 지분 49%를 추가 취득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무신사도 ‘무신사 뷰티’를 론칭하며 뷰티 사업 확장에 한창이다.



이에 따라 코스맥스(192820), 한국콜마(161890) 등 대형 ODM 업체뿐만 아니라 중소 ODM 업계에도 계약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1~2가지 특성과 차별화에 집중한 제품 개발 수요가 급증해 중소 업체를 찾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소 ODM 업체 한 관계자는 “인천 남동공단만 해도 다양한 기능성보다도 하나의 기술에 특화된 중소 ODM 업체들이 수십여곳이 있다”며 “최근 특화 기능에 집중한 패션업체들의 뷰티 브랜드 개발 문의가 전방위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폰드그룹이 전개하는 ‘BBC 어쓰‘. 브랜드 모델로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을 발탁했다. (사진=폰드그룹)
일부 패션업체의 경우 뷰티 유통사를 인수하며 간접적으로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있다. 뷰티 상품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인데 패션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로 꼽힌다.

수퍼드라이, 스파이더 등의 브랜드를 국내 전개 중인 폰드그룹(472850)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뷰티 전문 유통기업 모스트를 인수했다. 모스트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 브랜드 30여개를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의 코스트코 내에 유통한다.

폰드그룹 관계자는 “단순 브랜드 출시보다 뷰티 유통회사를 보유하면 여러 브랜드를 모두 다룰 수 있고 기존 패션 사업의 경우에도 해외시장 진출 기반이 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며 “우리 계열사 일부에서 전개하는 뷰티 브랜드를 함께 묶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업계의 뷰티 사업 진출은 향후 더 활발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 시장의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뷰티는 사용 주기가 짧은데다 계절 영향도 덜 받고 패션 브랜드와의 연계성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뷰티를 기반으로 기존 패션 사업의 고객층을 늘리고 전략 시장까지 확장하는 시도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