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햇반’ 빠졌더니 중소·중견 식품기업 빛 봤다
by김경은 기자
2023.06.11 11:30:21
1~5월 중견·중소기업 즉석밥 매출 50~100배 성장
오뚜기·하림 등도 CJ제일제당 빠진 후 반사이익
쿠팡 “대기업에 밀린 중소·중견 성장 버팀목 될 것”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CJ제일제당(097950)의 즉석밥 ‘햇반’이 쿠팡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동일 품목을 판매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쿠팡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견·중소기업의 즉석밥 제품 매출이 각각 최대 50배, 100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곳은 중소기업 ‘유피씨’로 올해 판매성장률(매출 기준)이 전년동기대비 1만407%나 증가했다. 1년 만에 100배 이상의 성장을 일군 셈이다. 이어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전문 자회사인 CPLB의 곰곰 즉석밥이 성장률 2위를 차지했다. 자체 제조 즉석밥 ‘우리집 밥’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시아스’는 727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중견기업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5월까지 H사의 프리미엄 즉석밥도 전년동기대비 4760% 성장했다. D사 즉석밥은 140%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견기업 O사는 쿠팡 내 판매량이 업계 CJ제일제당을 뛰어넘었다.
즉석밥뿐 아니라 즉석국, 냉동만두 등 식품 카테고리 전반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즉석국 부문에서는 ‘교동식품’의 상반기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약 60% 증가했다. 냉동만두 부문에서는 명동에서 중식당으로 시작한 중소기업 ‘취영루’가 같은 기간 61% 성장률을 보였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 제품이 쿠팡에서 빠지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분석한다.
쿠팡은 지난해 말 CJ제일제당과 2023년 판매수수료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이후 로켓배송에서 햇반 등 CJ제일제당 주요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
CJ제일제당은 주요 식품 카테고리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쿠팡에서 CJ제일제당이 사라지며 그동안 대기업의 브랜드 인지도에 가려져 있던 중소·중견 기업들이 제품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공정 경쟁 기회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신정호 취영루 대표는 “치열한 국내 만두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오직 고객의 평가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승부의 장이 쿠팡에 열렸다”고 전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은 매대 제한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상품이 한정적이지만 온라인은 제약 없는 열린 공간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매 환경을 제공한다”며 “제품력을 갖춘 신생기업이나 영세기업들이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쿠팡은 앞으로도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가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이라며 “대기업에 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중소·중견기업들이 공정한 판매 환경에서 고객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