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분석] 삼성바이오로직스, 코로나 위기속 진짜 경쟁력은 ‘밸리데이션’

by김유림 기자
2021.03.29 08:19:46

세계 최초로 ‘온라인’ 밸리데이션 FDA 허가
온라인 승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벤치 마킹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듀얼 체제 가능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코로나19로 기술이전부터 매출 인식까지의 과정 대폭 단축, 향후 다른 항체의약품 생산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해 가동률 상향 기대”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설립 9년 만에 첫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1648억원, 영업이익 29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19.1% 급증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액 3753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매출 2855억원, 영업이익 524억원)를 각각 31%, 77% 웃돌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속에서 ‘밸리데이션’ 경쟁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밸리데이션이란 의약품 제조공정의 개발단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일관성 있고 지속해서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각국 규제 당국이 평가하는 과정이다.

바이오의약품 신약 개발에 대한 보건 당국 허가는 글로벌 빅파마가 하고, 공장 생산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은 위탁생산(CMO) 업체가 따로 받아야 한다. A라는 약을 생산하면 A약에 대한 밸리데이션을 받고, B라는 약을 생산하면 또 B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른 CMO에서 통상 1~2년에 걸쳐 진행하는 밸리데이션 기간을 대폭 줄여 6개월~1년만에 진행해왔다.



CMO업계 관계자는 “FDA 등 규제 당국의 밸리데이션 통과를 못하면 생산에 차질 생기고, 고객사(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는 의약품 시판을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믿을만한 CMO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FDA가 출장을 자제했고, 한국 공장으로 실사를 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기 돌파를 위해 자체적으로 온라인 조사(Inspection) 시스템을 구축했다. 라이브 가상 투어(Live virtual Tour)를 통해 일라이릴리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밤라니비맙(LY-CoV555)’ 밸리데이션 FDA 승인을 3개월 만에 받았다.

온라인 밸리데이션 FDA 승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초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벤치마킹 할 정도로 큰 성과다.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밸리데이션이 가능한 듀얼 프로세싱을 갖추게 됐다.

실적 향상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생산물량을 4분기에 인식하는 등 매출인식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단축됐다”며 “코로나19 항체뿐 아니라 남은 3, 4공장에 대한 가동률, 매출 인식 속도까지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고무적인 성과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