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걷다가 갑자기 심한 무릎통증땐...'연골판 파열' 가능성

by이순용 기자
2021.02.08 06:00:00

정구황 바른세상병원 관절클리닉 원장

[정구황 바른세상병원 관절클리닉 원장]주부 이모 씨(여·52)는 최근 집콕 생활이 길어지자 부쩍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새해를 맞아 운동을 결심한 이 씨는 비교적 따뜻한 낮 시간대를 이용해 인근 공원을 찾아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공원을 걷던 중 넘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똑바로 걷기가 힘들만큼 심한 무릎 통증이 생겼다. 검사 결과 연골판 파열이었다. 넘어지거나 다친 것도 아닌데 멀쩡하던 무릎 연골이 왜 갑자기 파열된 걸까. 이 씨는 당황스러웠다.

정구황 바른세상병원 관절클리닉 원장
연골판 파열은 중년 이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무릎 통증 질환으로 꼽힌다. 별다른 외상이나 증상 없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무릎관절의 노화가 시작되는 40대 이후에는 조그만 압력에도 연골판이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쪼그려 앉아 일하는 가사노동이 많은 주부들의 경우 주로 반월상 연골판 후방부 파열이 발생하는데, 쪼그려 앉게 되면 서 있을 때보다 7배 이상의 하중에 무릎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중년 이후의 연골판 파열로 내원하는 환자들 대부분이 이 씨와 같이 ‘갑자기’ 통증이 생겼다고 토로하지만 사실은 이미 만성적으로 파열된 상태로, 오랜 시간 작은 충격이 반복되다가 파열되면서 갑자기 통증이 생긴 거라 느끼는 것일 뿐이다. 특히 연골판 파열은 갑작스러운 무릎 통증뿐 아니라 추후 관절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퇴행성 연골판 파열은 이미 만성적으로 파열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사나 약물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하는 것이 좋다. 반월상 연골판은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고, 연골이 닿지 않게 완충작용을 하는 구조물로 절제하기 보다는 가능한 보전하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은데, 이미 파열된 연골판은 기능을 잃고 통증을 유발하며 관절염으로의 진행을 가속화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무릎에 반복적으로 물이 차거나 지속적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라면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파열된 부위를 절제할 때에는 최소한의 절제로 연골판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행하고, 수술 후에는 허벅지 근력을 강화시켜 약해진 연골판의 기능을 보완하고 추가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한 번 손상된 무릎 연골판은 스스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치료로 상태가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평소 무릎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 후 통증은 없지만 관절에 뻑뻑함을 느끼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온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일을 하기 보다는 식탁이나 조리대 등을 이용해 서거나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이 관절 건강에 좋다. 요즘과 같이 날씨가 추울 때는 관절 통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무릎 담요나 레그 워머 등을 이용해 무릎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