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인보사 사태, 첨단의료법 반대만이 능사?

by강경훈 기자
2019.04.28 11:41:38

시민단체 "첨단의료법 반대 이유 인보사가 대표적"
환자 안전 무시하고 기업만 배불린다는 논리
희귀질환자 치료기회 제공·바이오산업 발전
두마리 토끼 잡으면서 안전 챙기는 ''운영의 묘'' 필요

국회에서 열린 ‘유전자세포치료제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식약처의 업무 소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사진=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인보사 사태는 유전자치료제 같은 첨단 의약품에 대한 검증·관리가 허술하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런 약의 출시 문턱을 낮추겠다는 첨단재생의료법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전자세포치료제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시민단체인 건강과대안,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했다. 발표와 토론참가자 대부분은 식약처와 보건복지부의 부실 허가, 늑장대응, 업체감싸기, 안전조치 미흡 등을 지적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치료제를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까지 편의를 봐주며 허가를 내줬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아 환자들만 불안에 떨고 있다는 이유다.

이날 토론회는 세계최초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 세포가 연골유래 형질전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 형질전환세포로 밝혀지게 된 과정, 의약품으로는 쓸 수 없는 신장유래세포의 안전성 등을 짚어보는 취지였지만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결론은 ‘첨단재생의료법 반대’였다. 이들의 발표내용만 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효과도 없는 약을 거짓으로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파렴치한 집단이고 식약처와 복지부는 국민 건강을 책임질 능력도 없으면서 업체의 로비에 놀아난 무능력한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일부 토론자는 ‘인보사의 효능에 대한 논문이 조작일 수 있다’ ‘인보사 허가에 부정적이었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견이 류영진 전 식약처장이 취임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뀐 게 석연치 않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내부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갑작스럽게 퇴직한 것은 아닌지’ 등 무책임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700만 원짜리 비싼 진통제를 업체가 연골재생효과가 있는 것으로 환자들을 우롱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일 뿐 적어도 코오롱생명과학은 연골재생효과를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약사법에서 허가받은 적응증이 통증완화이고 그 이외의 효능효과를 주장하면 위반이 된다.



첨단재생의료법은 우선심사, 사전심사, 조건부 허가 등을 통해 희귀난치질환용 신약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그렇게 하면 개발부터 상용화에 걸리는 기간을 현행 12~15년에서 3~4년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재생의료법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부실한 허가심사가 아니라 규제기관에 미리 자료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아 불확실성과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면서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첨단재생의학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정부가 너무 산업화에 치중해 경쟁력 없는 약을 출시하고 환자의 안전은 지켜지지 않는다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는 잘 알고 있다”며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적극 수용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안전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약은 시장 출시를 돕겠지만 그렇지 않은 약은 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시민단체 모두 인보사를 ‘제2의 황우석 사태’라고 말한다. 같은 표현이지만 뜻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시민단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기술이 정부에 대한 로비를 거쳐 상용화돼 환자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건으로 보지만 신약을 연구하는 바이오업계에서는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전자정밀분석검사와 환자에 대한 장기추적을 의무화하는 대응책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개발사가 자발적으로 품질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면 되는 일에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들이대 비용과 기간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등 정부 당국이 명확한 입장을 움직여야 하는데 어떻게든 책임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업계에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식약처도 관리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