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최우수작]④ 국악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
by장병호 기자
2017.12.28 06:38:45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국악부문 최우수작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허먼 멜빌 소설 판소리로
밀도 있는 연출·상징성 가득한 무대미술 호평
"꾸준한 활동 존재감 각인…앞으로의 활약 기대"
|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의 한 장면(사진=문화상인 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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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저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백경’으로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이 1853년에 발표한 소설 ‘필경사 바틀비’에 등장하는 유명한 문장이다. 주인공 바틀비는 이 짧은 한 마디와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본주의 시스템에 저항한다. 소설은 2011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서 다시 언급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9월 8~10일 학전블루소극장)가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국악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멜빌의 소설을 판소리로 꾸민 공연이다. 지난해 8월 서울남산국악당의 ‘남산인터랩’ 첫 번째 쇼케이스를 통해 초연했으며 올해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재공연에 올랐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은 작가 겸 연출가 임영욱, 소리꾼 겸 배우 박인혜로 이뤄진 팀이다. 판소리를 기반으로 동시대의 주제와 감성을 담은 작품을 공연으로 올려 왔다. ‘같거나 다르거나 춘향가’ ‘박흥보씨 개탁이라’ ‘판소리 오셀로’ 등 연극·뮤지컬·퍼포먼스·강연이 어우러진 공연으로 전통의 외연을 확장시켰다.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작품은 멜빌의 원작이 다룬 인간소외 문제를 깊이 있으면서도 유쾌하게 파고들었다. 박인혜는 원작 속 등장인물과 화자를 넘나들면서 바틀비의 기이한 행동을 우리 소리로 펼쳐 보였다. 판소리의 양식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심사위원단은 전통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한결같이 이어온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심사위원단은 “미국 단편소설을 판소리 어법에 맞게 각색해 번역투의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러운 국악적 언어유희로 소화한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소극장을 무대로 작은 소파와 전화기 등의 소품, 오브제로 활용한 모래 등 색다른 무대미술도 시선을 끌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어 “밀도 있는 연출과 상징성 가득한 무대미술은 물론 소리꾼 박인혜의 연기와 노래가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와 경합을 벌인 작품은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음악극 ‘적로’, 대금 연주자 유홍의 연주회 ‘현대 음악 시리즈-포커스Ⅱ 대금×고토’였다. 심사위원단은 ‘적로’에 대해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넓지 않은 무대공간을 잘 활용해 밀도 있게 만든 음악극”이라고 평가했다. ‘현대 음악 시리즈-포커스Ⅱ 대금×고토’는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작업을 해온 유홍의 저력을 보여준 공연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격론 끝에 심사위원단은 꾸준한 활동으로 전통의 저변을 확대해온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에 손을 들었다. 심사위원단은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은 국악계에서 꾸준한 활동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팀”이라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국악부문 심사위원
김성주 국악공연컨설팅그룹 비온뒤 대표, 김주홍 사단법인 노름마치예술단 대표, 김진이 문화기획통 대표, 송지원 서울대 객원교수·한국공연문화학회 회장, 유영대 고려대 한국학 교수, 유은선 국악작곡가, 유춘오 국악지 라라 편집장, 이용탁 작곡가·지휘자, 현경채 국악평론가
|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의 한 장면(사진=문화상인 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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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의 한 장면(사진=문화상인 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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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의 한 장면(사진=문화상인 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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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의 한 장면(사진=문화상인 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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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의 한 장면(사진=문화상인 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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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의 한 장면(사진=문화상인 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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