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약국을 아시나요",약국 생존백태

by강경훈 기자
2016.08.23 07:00:00

10여년 전 없어졌던 편의점 약국 다시 등장
전국 약국 수 2만개 넘어
과잉 경쟁 탓 변신 필수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10여년 전 등장했다 사라졌던 ‘편의점 약국’이 재등장해 관심을 끌고있다. 당시에는 약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편의점 업계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다 실패했다. 이에 비해 최근 편의점 약국은 극심한 경쟁으로 매출이 떨어진 약사들 스스로 자구책 확보차원에서 선택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BFG리테일, GS리테일, 코리아세븐 등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각사별로 약사가 운영하는 가맹점은 5곳 안팎으로 모두 20여곳에 달한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에서 ‘편의점 약국’은 이미 한 번 실패한 모델”이라면서도 “최근 움직임은 ‘편의점+α’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주변에 대형 약국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떨어지거나 매출은 그대로인데 임대료가 올라 편의점을 겸업하는 케이스다. 최근에는 ‘편의점 약국’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에 문을 연 편의점 약국은 약국 컨설팅 전문 회사가 한국형 ‘의약편의국’을 표방해 만들었다. 심영도(58) 스토리 스토어 대표는 “의약분업 이후 약국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익이 줄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며 “단순히 약만 파는 시대를 넘어 고객의 건강한 삶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편의점과의 결합이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매출의 돌파구로 편의점을 선택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서울 강동구에서 편의점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들이는 품에 비해 매출이 크게 느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시로 상품을 정렬하고 아르바이트가 못 나오면 야간근무도 해야 하는 등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약국과 편의점이 결합한 편의점형 약국 모습(사진=강경훈 기자)
약국 변신의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경쟁 탓이다. 매년 약국 1600여 곳이 새로 생기지만 문을 닫는 약국은 이보다 적어 전국 약국 수는 2011년 2만92곳에서 올해 4월 현재 2만1937곳으로 지속 증가세다. 한해 약 1800명씩 새로 약사가 배출되고 있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있다. 심 대표는 “약사들은 약에 대해서는 전문가이지만 경영은 잘 모른다”며 “의욕적으로 약국을 열어도 처방전에만 의존하다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약국을 운영하다 접고 대학병원 앞 약국에서 월급 약사로 일하는 한 30대 초반 약사는 “처음 열었던 약국은 15평 규모로 별로 크지 않았는데도 매출의 70%를 처방전이나 매약에 의존하다 보니 권리금은커녕 월세내기도 빠듯했다”며 “지금 일하는 문전약국도 환자는 늘지 않는데 주변에 새 약국이 또 오픈을 준비 중이라 언제든 약사 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국내 약국 수(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해 배출되는 신규 약사 수. 2013, 2014년은 약대가 6년제로 변하면서 응시자 수가 급감했다.(자료=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