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인터뷰]대학생 재테크.."월30만원 용돈모아 4년만에 1000만원"

by성선화 기자
2014.04.27 12:00:00

▲‘대학생 재테크’ 저자 김나연 씨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어머니의 교육은 위대했다. 딸에게 철저한 경제관념을 심어준 것은 현명했지만 자녀가 아닌 우리 사회가 원하는 길만 보여준 것은 안타까웠다.

‘대학생 재테크’의 저자 김나연(, 블로그명 요니나) 씨. 그는 어머니의 경제 교육 덕분에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성공했고, 앞으로 더 성공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그의 부모님이 원했던 방향은 아닐 수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인 그는 모 출판사의 제의를 받았다. 인기 재테크 블로그인 그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내자는 것이었다. 김 씨는 대학생활 내내 1000만원을 모은 재테크 팁들을 블로그에 연재하며 폭발적인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처음에 그는 출판 제의를 거절했다고 했다. 전문가도 아닌 어린 나이에 감히 책을 낸다는 게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용기를 내 출판을 했고 업계에 ‘작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린 친구’가 참 대단하다고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25일 서울 명동의 모 카페에서 나눈 긴 대화 속으로 어머니의 교육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용돈을 현금으로 받았어요. 돈이 모자라도 절대 더 주지 않겠지만 남는 돈도 뺏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남는 돈은 다 내것이라는 말에 꽂혔죠.”

어린 나이였지만 사고싶은 게 있으면 늘 계획을 세워야 했고, 정말 돈이 모자라고 어머니를 설득시킬 분명한 논리를 세워야 했다.

“제가 뭔가 사달라고 하고 어머니를 설득시킬 이유를 말해야 한다고 하셨서요. 하지만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까’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밖에 없었죠.”

그의 어머니가 김씨에게 한 경제 교육은 딱 두 가지다. 첫째 필요한 것이 있으면 먼저 계획을 하고 돈을 모아라. 둘째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가져라.

이 두 가지 원칙이야말로 ‘돈 관리’ 재테크의 처음이자 끝이다. 사람들이 빚을 지는 이유도 이 두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고, 가난해도 끝내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이 기본을 지키기 때문이다. 김씨는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진짜 경제 공부’를 어머니께 배운 것이다.

물론 모든 자녀가 부모의 교육대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알려줘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청소년 시절에 형성된 경제 습관이 평생을 좌우하며, 자녀에게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진정한 유산상속이라는 점이다.



김씨의 현재 목표는 경제교육기관에 취직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생 경제교육’ 인턴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그는 “주변에선 은행이나 대기업에 취직하라고 하지만, 자신은 경제교육이라는 보람있고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인턴직이기에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다. 그것도 식대는 불포함이다. 집과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매일 5000원씩 교통비가 든다. 그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싶지만 그럴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며 “대신 편의점에서 3000원짜리 도시락을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한달 저축액은 월급보다도 많은 150만원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동안 모아놓은 1000만원으로 매달 예금풍차 돌리기를 하고 있어서다. 예금 풍차돌리기란 매달 100만원씩 정기예금을 들고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에 이자까지 붙은 만기금을 또다시 예금으로 돌리는 재테크 기법이다. 이렇게 하면 정기예금으로 복리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는 지출 관리가 습관화 돼 있다.

“대학 졸업 전까지 1000만원을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4학년 1학기때 대외활동을 여러개 하면서 조기에 목표를 달성해 버렸죠. 갑자기 너무 허무했어요. ‘내가 이 돈 벌려고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았나’ 하는 회의감이 몰려든거죠. 그때부터 모아놓은 돈을 막쓰기 시작했어요.”

그는 흥청망청 쓴다고 썼지만, 고작 1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평소에 워낙 ‘생각하며’ 소비하는 습관이 베어 있어서다.

“스트레스가 쌓일 땐 여성 의류 쇼핑몰에서 ‘아이쇼핑’을 해요. 예뻐보이고 사고 싶은 옷들은 장바구니에 담아두죠. 그러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기분도 풀려요. 하지만 다음날 다시 보면 ‘내가 이 옷을 왜 담았나’고 생각할 때가 많죠.”

올들어 가장 큰 ‘과소비’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하는 수없이 편의점에서 우산을 샀을 때다. 그냥 비를 맞고 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서 도저히 그냥 갈수가 없었다. 4500원짜리 우산 하나를 사면서도 손을 벌벌 떨었다고 했다. 굳이 안 써도 되는 참 아까운 돈이었기 때문이다. 천원짜리 한장도 허투루 쓰지 않는 그가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그에겐 일상일 뿐이다.

올해 스물 여섯인 그의 목표는 두 가지다. 부모님께 등록금 돌려드리기. 또 하나는 결혼 자금 모으기. 첫째인 그는 아버지가 재직 중이라 등록금을 지원 받았다.

‘왜 굳이 부모님께 등록금을 돌려드리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그동안 자식들 키우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희생한 어머니가 고마워서”라고 했다. 하지만 목표한 금액을 못 모으면 등록금은 못 돌려드리고 결혼자금으로 쓸 수도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