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금자리주택, 원칙 없는 정부에 유감

by김동욱 기자
2012.04.12 08:20:55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2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정부가 수도권 일부 보금자리주택에서 발생한 미분양을 털기 위해 집 가진 사람에게 청약기회를 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해 도입한 보금자리주택을 분양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유주택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과연 정책 취지에 들어맞느냐는 점이 핵심이었다.

실제 수도권 일부 보금자리에서는 전체 공급물량의 절반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았고 그 빈자리가 일반인들로 채워졌다.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청약요건을 갖춘 무주택자보다 유주택자에게 더 많은 보금자리가 돌아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보금자리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조치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정작 국토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지난 9일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한 `혈세로 지은 보금자리, 가진 자가 더하네`라는 본보 기사가 나간 뒤 국토해양부는 참고자료를 발표했다.

현행 주택공급규칙을 따랐고 국민주택기금의 저리 대출 혜택도 민간에 똑같이 부여하는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단,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한 보금자리지구는 저소득층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를 감안해 무주택자에게만 공급한다고 국토부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인천서창, 경기도 의정부 민락지구의 경우 본래 국민임대주택 지구였다. 국민임대주택지구 역시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해 조성한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인지 여부에 따라 무주택자 전용으로 남길 지를 판단했다는 국토부의 해명이 적절하지 않은 대목이다.

무엇보다 보금자리주택의 특혜는 분양가가 주변보다 낮다는 것이고 이는 정부가 용적률을 상향시키고 녹지율을 줄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주택기금의 혜택 역시 보금자리가 더 많다. 민간은 전용면적 60㎡이하까지 저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보금자리주택은 전용 85㎡ 이하까지 저리 대출 혜택을 받는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그린벨트 지역을 기준으로 보금자리를 구분한 것은 사실상 원칙을 잘못 적용한 셈이다.

사실 보금자리주택에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것은 애초 공급물량을 잘못 계획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이를 털기 위해 관련도 없는 유주택자에게 공급하는 것은 당초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정부는 초심을 잃지 말고 원칙대로 일을 밀고 나가는 게 보금자리의 정당성을 찾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