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 제발"…막을 수 있었던 `人災` 오송지하차도 참사
by이영민 기자
2023.09.30 14:30:32
[다사다난 2023 여름]
집중호우 잇따라 곳곳에서 사고 위험 경고
부실한 제방 관리와 신고 출동이 피해 키워
진상규명·책임소재는 두 달 넘게 지지부진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올해 여름 충북 연일 쏟아지는 빗줄기에 온 국민이 가슴을 졸였다. 특히,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40분,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들이닥친 물은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 17대를 집어삼킨 사건은 큰 상처를 남겼다. 도로 통제 등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는데도 발생한 비극에 많은 사람들이 허무함을 느꼈고, 유가족은 사고 이후 두 달 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 미호강 범람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진입도로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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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충북 청주 지역에는 7월 13일부터 사흘간 453.4㎜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폭우의 여파로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4시10분쯤 미호강 인근 지역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하천 수위는 빠르게 올라 같은 날 오전 6시30분쯤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긴박한 상황임에도 지자체는 제방을 제때 관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전 8시 40분쯤 미호강의 임시 제방이 무너졌고, 하천 물은 지하차도로 빠르게 들이찼다.
국무조정실은 참사 발생 이틀 뒤인 7월 17일부터 오송참사와 관련된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경찰·소방,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을 감찰했다. 그리고 같은 달 28일 방문규 국조실장은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사고원인을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고 발생 사흘 전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폭우에) 최대의 긴장감으로 무장하고 과잉대응을 기본으로 대처하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현장은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었다.
사고 예방만큼 사후 대처에도 구멍이 있었다. 국조실 감찰에 따르면, 충북소방본부는 현장 출동 후 119종합상황실에서 가용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경찰청도 사고 당일 미호천교 범람과 궁평2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으면서 출동한 것처럼 112신고 시스템에 입력하고, 신고를 종결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국조실은 4개 기관 공직자 16명과 미호천 임시제방 공사현장 관계자 2명 등 36명을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 정부에 참사 발생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충북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3일 청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지사·청주시장·행복청장에 대한 엄벌을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최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우리 사회 안전망은 촘촘해진다”며 “국회는 국민의 요구대로 충청북도, 청주시 등에 대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진행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