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추정 미사일 폴란드 떨어져 2명 사망…나토 대응하나(종합)
by김정남 기자
2022.11.16 08:23:22
AP "폴란드 미사일 폭격에 2명 숨져"
나토 회원국에 러 미사일 처음 떨어져
사실관계 파악 우선…지정학 긴장감↑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상윤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의 영토 내에 미사일이 떨어져 두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미사일이 나토 회원국으로 발사된 사례는 없다. 만에 하나 미사일이 러시아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나토 차원에서 대응이 이뤄질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로 확전할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라디오방송 ZET는 이날 경로를 벗어난 미사일 두 발이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있는 마을인 프르제워도우에 떨어져 두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AP통신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이번 사망 사건이 러시아의 미사일 때문이라고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러시아는 이날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약 100발의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고, 그 중 일부가 경로를 벗어나 폴란드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북부 지토미르 등 주요 도시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했고, 이런 탓에 전국적으로 700만 가구 이상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웃한 몰도바의 전기까지 끊겼다.
만약 러시아의 미사일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 회원국의 안보가 위협 받을 경우 나토 차원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유럽에 주둔하던 소련군과 군사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체결한 기구다.
실제 표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이날 “폴란드는 나토 조약 4조, 상호협의조항을 발동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조항은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인 독립, 안보 등이 위협 받을 경우는 언제라도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토 조약 4조는 회원국이 공격 받으면 이를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할 수 있다고 규정한 5조와는 다르다. 일단 폭발한 미사일이 어디에서 발사됐는지, 경로를 이탈한 것인지,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등 사실관계를 보면서 나토의 대응 수위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폭발과 관련해 통화했다”며 “나토는 동맹들과 긴밀하게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사실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에 이은 폴란드 폭발 보도에 놀랐다”며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가장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 미사일이 우방국인 폴란드를 타격했고 사람들이 죽었다”며 “집단 안보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처벌을 받지 않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러시아 미사일 사정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아직 신중한 기류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시점에서는 보도를 확인할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