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성폭행을” 신고 후 숨진 딸… ‘피해망상’이라 몰아간 악마

by송혜수 기자
2022.06.04 15:28:39

대법원, 징역 7년 원심 확정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아버지가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딸은 아버지의 범행을 신고한 뒤 사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최근 성폭력처벌법(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모(51)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친딸 A씨를 지난 2019년 6월과 2021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준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김씨의 범행을 바로 알리지 못하다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의 설득 끝에 지난해 3월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는 경찰이 마련한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게 됐지만,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점과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던 점 등을 감안해 A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A씨가 숨진 이후 김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남긴 SNS 글 등으로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아 검찰에 넘겼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4월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정했다. 특히 김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와 술을 마신 일은 있지만 잠든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하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딸이 피해망상 증상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1심은 김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관계를 비춰봤을 때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 피해자의 남자친구, 수사기관 등에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판시했다.

특히 A씨가 남자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던 점, 사망 전까지 담당 경찰관 등에게 피해 내용을 일관되게 묘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건 당일) 옷을 벗은 상태로 깨어났는데, 이는 부녀관계라고 하더라도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피고인이 피해자와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사실을 인정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피해망상을 하고 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단서가 없고, 피해자가 망상 행동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했을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씨는 1심 판결에 불복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이 이를 모두 기각하면서 실형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법원은 김씨에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지설 취업제한 7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