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토지보상에 덜컥 산 토지…입찰 보증금 날릴수도

by박민 기자
2020.03.26 05:06:13

올해 풀리는 토지보상금 45조원
토지 경매 ''묻지마 투자'' 주의보
낙찰 포기땐 입찰 보증금 날려
"토지 감정가 등 경매 지식 필수"

[이데일리 박민 기자] 올해 1월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있는 땅(298.38㎡ 규모 잡종지)이 감정가 3210만 56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였지만 오는 6월께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편입돼 토지 보상을 앞둔 곳이었다. 경매 진행 결과 총 4명이 입찰해 이중 최고 금액을 써낸 A씨(6422만2200원)가 낙찰됐다. 감정가의 무려 200.03%다. 그러나 A씨는 돌연 낙찰을 포기하면서 그가 법원에 낸 입찰 보증금 321만560원은 허공에 날리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A씨가 토지보상과 낙찰금액간 차익을 기대하고 경매에 참여했지만, 예상보다 토지 보상금이 낮다는 것을 인지하고 낙찰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올해 전국에서 약 45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토지 경매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 등 각종 개발사업지구에서 약 38조원이 풀릴 예정이다. 또 전국의 도심 공원에서 오는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이전 토지보상을 위해 4조원이 넘는 보상금이 나온다.

최근 토지보상금을 겨낭한 투자 수요가 대거 토지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법원경매 정보업에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토지 경매 낙찰가율(경매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은 지난 2015년 62.35%에서 지난해 70.12%로 꾸준히 상승중이다. 낙찰가율이 70%라는 것은 100만원에 경매에 나온 땅이 70만원에 팔렸다는 의미다.



일반인이 토지 보상 규모나 보상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작정 경매시장에 뛰어들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10월 성남법원에서 진행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의 한 토지(대지 면적 294㎡)도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따른 토지보상을 기대하고 경매에 뛰어들었다가 낙찰을 포기한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물건은 한차례 유찰돼 당시 최저입찰가 15억2591만5000원에 경매를 시작했고, 총 5명이 응찰해 28억 10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응찰자는 잔금 납부를 포기해 결국 입찰 보증금 1억5259만1500원만 날렸다. 민사집행법상 잔급납부를 포기하면 입찰 보증금은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배당금으로 몰수된다.

올해 초 경매에 부쳐진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의 토지 전경. (사진=지존 제공)
일단 토지 보상가를 추정하는 건 전문적인 영역이라 일반인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다. 현행법상 토지보상은 사업시행자와 시·도지사, 토지소유자가 각각 1명씩 3명의 감정평가사를 추천해 각각 산정한 평가액의 산술 평균금액이 보상가격으로 결정된다. 이때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사업 인정 시점을 기준으로 감정평가가 이뤄지는데 지구 지정 이후 인근 지역에 비해 해당지역 땅값이 급등하면 기준점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경매와 토지보상은 평가 목적이 달라 주의점이 요구된다. 일단 경·공매로 나오는 물건은 매매 목적의 감정가격으로 평가 당시의 시가 또는 호가로 평가된다. 반면 토지보상은 공적개념으로 개발이익이 배제된 사업 인정 시점의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가격이 결정된다. 개발이익을 배제한다는 것은 사업 발표 이후 지가 상승분은 토지보상금을 산정할 때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토지 경매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손실 사례도 늘고 있다”며 “토지 보상가는 개별 토지의 특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보다 철저한 경매 지식을 갖춘 뒤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