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편의장비 태부족인데 왜 인기..캠리 하이브리드
by남현수 기자
2019.04.03 08: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중형 세단은 거대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적어도 3,4년 전만해도 그랬다. 지금은 중대형 SUV 시장이 더 커졌다. 1990년대 이후 중형 세단 시장은 양강 구도로 이어져 왔다.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다. 여기에 닛산 알티마, 현대 쏘나타가 뒤를 쫓았다.
캠리는 1979년 셀리카 캠리라는 이름의 후륜기반 4도어 세단으로 판매됐다. 1982년 전륜구동으로 변경하면서 '캠리'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달고 1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국내 출시된 모델은 이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2009년 나온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캠리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테디셀링 모델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캠리(하이브리드 모델이 절반이 넘는 5595대다)는 9464대로 1만대에 육박한다. 캠리는 특이하게 가솔린 모델(3560만원)보다 700만원 가량 더 비싼 하이브리드 모델(XLE트림 4220만원)이 더 잘 팔린다. 토요타코리아는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의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편의장치를 대폭 빼면서 가격을 확 내린 보급형 LE 트림(3740만원)을 추가했다. 캠리 하이브리드가 어떤 매력을 갖췄기에 잘 팔리는지 이번 시승에서 꼼꼼히 살펴봤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편의사양을 꽉 채운 캠리 하이브리드 4220만원 하는 XLE 트림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그릴이다. 평범한 중형세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파격적이다. 게다가 8세대 캠리는 출시 3년차에 접어든 모델이다. 세련된 차체 디자인과 날렵하게 디자인된 그릴은 차량을 더 낮고 스포티해 보이게 만든다. 날카롭게 자리잡은 LED 헤드램프는 범퍼와의 일체감이 좋다. 스포티한 전면과 달리 측면과 후면은 교과서적인 중형세단의 모습이다. 모난 곳 없이 눈에 착 감긴다. 후면 디자인은 요즘 유행하는 패스트백 디자인을 살짝 가미해 C필러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다이나믹한 직선이 이어진다.
세련된 외관과 달리 실내 구성은 보수적이다. 출시 3년차를 맞은 모델이라 막 신차가 나온 혼다 어코드, 현대 쏘나타에 비해 세련됨이 떨어져 보이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캠리는 기교보다는 내구성, 편리성, 실용성이 더 중요한 대중 중형 세단의 교과서다. 세련미는 떨어질 지언정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필요한 버튼이 적절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임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푸른색 시동버튼이 눈에 띈다. 스티어링 휠에도 기교는 없다. 단순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디자인됐다.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주변으로 물리버튼이 배치됐다. 운전을 하는 도중 터치로 모든 것을 제어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토요타도 이 점을 간파했는지 공조기와 같이 사용 빈도가 높은 버튼은 따로 마련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토요타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전륜구동 기반의 중형 세단답게 실내공간도 부족함 없다. 주목할만한 점은 전면 개방감이다. A필러가 얇게 설계돼 시야를 가리는 부분없이 쾌적하다. 휠베이스는 2825mm로 최근 출시된 현대 쏘나타(2840mm)와 비슷하다. 2열에 탑승해보면 성인 남성이 오랜 시간 탑승해도 불편하지 않을 수준이다. 넉넉한 무릎공간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중형 세단의 정석을 따른다. 압권은 트렁크 공간! 최근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세단들이 앞다퉈 배터리를 2열 시트 아래로 넣는 추세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경쟁 차량보다 앞서 이 방법을 고안해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의 이동으로 2열시트가 60대 40으로 분할 폴딩되는 것은 물론 트렁크 용량도 524L로 부족함이 없다.
캠리의 주행 성향은 스포티함보다는 컴포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5L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22.5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최고출력 120마력을 내는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총 출력은 211마력에 달한다. 이 구성은 캠리보다 윗급인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나 렉서스 ES300h와 수치적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하다. 200km 이상 주행한 결과 연비는 시내에서 19km/L 정도 나왔다. 고속도로에서는 추월 가속을 여러번 진행했더니 16km/L 언저리를 넘나든다. 복합 공연연비 16.7km/L 이상은 누가 운전해도 나올 듯 하다. 하이브리드의 강점은 스트레스 없이 엑셀을 꾹꾹 밟아줘도 된다는 점이다.
주행을 시작하기 위해 시동버튼을 누르면 적막만이 감돌 뿐이다. 시작은 전기모터 담당이다. 주행을 시작하고 어느정도 속도가 오르면 엔진이 힘을 보탠다. 캠리 하이브리드를 타기 전 아발론 하이브리드와 렉서스 ES300h를 모두 경험한 터라 캠리 하이브리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 그러나 ‘이게 웬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도로의 포트홀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시종일관 안정된 모습을 연출한다. 아발론 하이브리드나 렉서스 ES300h 보다 풍절음이나 하체 소음은 좀 더 올라오는 편이지만 꽤나 편안하게 주행 할 수 있다. 다만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멀다. 코너에서 버텨주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최대 강점은 연비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효율성이 뛰어나다. 복합연비가 무려 16.7km/L에 달한다. 소위 말하는 ‘발컨(발 컨트롤)’을 더하면 리터당 20km라는 경이로운 연비도 뽑아낼 수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에는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가 장착된다. 여기에는 차선이탈 경고, 다이나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오토 하이빔, 긴급 제동 보조 등이 포함된다. 토요타의 반자율 주행 기술은 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장거리 주행이나 막히는 도로에서 꽤나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는 기능이다.
편의장비는 꽤나 부족하다. 2열 시트 열선뿐 아니라 운전석 통풍시트도 없다. 쏘나타 신형에 달린 2열 선바이저 같은 고급 옵션은 아예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부족한 편의장비를 탁월한 기본기로 만회한다. 잘 숙성된 승차감과 내구성, 아울러 품질 불량에 대한 고민은 내려놔도 된다. 그러다보니 중고차 가치도 꽤나 높다. 이런 기본기가 북미 중형 세단 시장을 제패한 원인이다.
기존 캠리 하이브리드의 4천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고객들을 위해 토요타는 3천만원 중후반의 LE 트림을 추가했다. 파워트레인과 안전 사양은 유지하고 편의장비를 덜어낸 것이 특징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편안하면서 연비 좋은 중형 세단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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