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기업 역차별에 한숨 "모르쇠로 일관하는 해외기업엔 너그러워"

by김유성 기자
2018.10.18 06: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우리한테는 호통만 치면서…”

한국에서 1조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법인이 8곳이나 달한다는 국세청 자료가 공개되자 국내 IT 업계는 허탈한 반응이였다. 자국 기업에는 고객 리스트까지 요구할 정도로 엄격하지만,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비교적 너그러운 것 아니냐는 시선이었다.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IT 기업들은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정해진 세금을 잘 내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세금 액수와는 별도로 국내 법 테두리 안에서 걸릴 게 없다는 생각이다.

이날 발표된 해외 기업의 세금 납부 자료를 본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국감 증인으로 불려 간 우리 기업들은 매출액과 거래액 심지어 고객 리스트까지 제출하라는 호통을 받곤 한다”면서 “외국계 기업들은 ‘우린 몰라요’하면 끝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국감에서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창업자가, 올해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불려갔다. 국회의원들은 골목상권 침탈 등을 이유로 이들을 호통쳤다.

반면 같은 날 국감에 출석했던 구글, 페이스북, 애플 국내 법인장은 별다른 질의를 받지 않았다. 그나마 매출과 세금에 관한 질의에 대해 이들은 “모른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국회의원들도 이들을 예외로 여겼다.

지난해부터 조세 문제로 구글과 대립각을 세웠던 네이버 측은 “비단 세금의 이슈만은 아니다”며 “망 비용 등 역차별 문제는 산적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의 세금 회피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만큼 이번 공개가 특별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게임 업계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게임 홍보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던 한 직원은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본다”며 “고용을 늘리고 사회 공헌 사업을 하는 등의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정부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중견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업계 내 조세 회피 문제도 고질적”이라면서 “2000년대 스타크래프트 등으로 국내에서 고액의 매출을 올린 기업들도 세금 문제에 있어서는 입을 다문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은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세금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에서 조세 문제로 이미 홍역을 치른 구글 관계자는 “한국의 법률을 준수하며 정해진 세금을 한국에 성실시 납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도 “영업활동을 하는 국가의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등의 게임으로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블리자드 측도 “조세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럼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조세 제도를 O2O와 같은 신산업에 맞게 정비해서 세금 자체를 투명하게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