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메기효과? 은행들 핀테크업체 손잡기 잰걸음
by전상희 기자
2017.04.20 06:00:00
간편송금 '토스' 대세로 자리잡자
독자노선 걷던 우리銀 협력키로
농협, P2P자금관리 API 공동개발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경쟁할 것이냐, 손잡을 것이냐.
초기 큰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았던 핀테크 업체들이 갈수록 점유율을 높이고 고객기반을 확대하자 경쟁이냐, 협업이냐를 두고 고민하던 금융사들이 속속 핀테크 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혁신에 대한 은행권의 인식이 강해진 이유도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독자적인 간편송금 서비스를 고수하다, 지난 18일부터 간편송금 앱 ‘토스’(Toss) 제휴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NH농협은행이 일찌감치 토스와 제휴했던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자체 메신저인 ‘위비톡’을 활용한 독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토스가 지난 2월 기준 누적송금액 3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간편송금 서비스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우리은행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방향을 변경했다는 분석이다.
아예 개발단계부터 핀테크 업체와 협력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NH농협은행은 프로그래밍 기술 없이도 원하는 응용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핀테크 업체와 함께 개발해서 서비스를 내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일 개인간거래(P2P)금융업체인 미드레이트, 8퍼센트와 함께 ‘P2P자금관리API’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음 달 중 개발을 완료하고 서비스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P2P자금관리API는 고객의 투자자금을 P2P기업의 계좌를 경유하지 않고 은행의 계정에 예치해 투자자금의 안정성을 높이는 API 서비스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오픈API를 통해 핀테크 기업이 직접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도구를 공개해왔으나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동 개발에 나서며 협력의 폭을 넓혔다.
보험사나 신용정보회사 등도 P2P업체와의 업무 제휴를 맺고 투자자 보호 등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데 협력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 저변을 넓히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핀테크업체와의 협력 물결에 합류했다. BNP파리바카디프 생명은 지난 17일 P2P금융기업 렌딧과 손을 잡고 신용 P2P 대출서비스에 신용생명보험을 더한 ‘대출고객 든든보험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용생명보험은 대출 고객이 사망이나 장해 등 예기치 못한 보험 사고를 당했을 경우 보험사가 대출고객 대신 남아 있는 대출금액 등을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이에 렌딧 대출고객이 카디프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대출금액 합계액 5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금은 렌딧이 부담한다.
대형 신용정보회사들도 속속 P2P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다. 고려신용정보는 올해 1월부터 8퍼센트의 채권 추심을 담당하고 있다. 8퍼센트의 대출자가 10일 이상 연체를 하게될 경우 고려신용정보가 전문적으로 연체 채권 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SCI신용평가도 P2P금융기업 어니스트펀드와 제휴로 신용조사, 부실채권 자문, 채권 추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종합적인 채권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투자자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창기 NH농협은행 핀테크부장은 “금융당국이 P2P금융회사가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은행 등에 예치·신탁하도록 하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내놓음에 따라 금융권과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은 증가하고 있다. 다른 금융권들도 적극적으로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 안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