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한다]②골치 아픈 상사 대신 고양이들과 '혼술'

by고준혁 기자
2017.02.07 06:30:00

애완동물과 함께 즐기는 '혼술' 동물카페 인기
반려동물 특성 무시한 학대 수준 스킨쉽에 골머리
"반려동물 산업 관련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고양이 술집 ‘바밤바’ 입구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손님들을 맞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집에서는 반려 동물을 못 키우니 퇴근길에 가끔 들르는 편이죠.”

올해 초 인터넷에서 고양이 바(Bar) ‘바밤바’를 알게 됐다는 직장인 박모(30)씨는 6일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고양이들과 놀면서 가볍게 술도 한 잔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애묘(猫) 혼술남녀’에겐 최적의 장소”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바밤바’가 애묘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것은 1년여 전부터다. 처음부터 고양이 바를 지향한 건 아니었지만 주인 이희영(35)씨가 길고양이들을 하나둘 거두면서 10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따로 키울 장소가 없다보니 가게에서 직접 돌봤고 캣 타워 등 고양이 관련 용품을 사들이면서 가게 인테리어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이씨는 “잠이 많은 고양이 습성상 조명을 어둡게 하고 잔잔한 음악 위주로 틀다보니 어느새 고양이 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주 고객층은 단연 ‘혼술 남녀’다. 이씨는 “1인 가구가 갈수록 늘면서 ‘혼밥’은 일상이 된 지 오래지만 혼술은 아직 부담스러워 하는 듯 하다”며 “술동무를 해 주는 고양이들 덕분에 일반 주점보다 ‘혼술러’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2030세대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집에선 고양이를 기르지 못하는 중년 ‘혼술러’들도 종종 찾는다”고 귀띔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이모(36)씨도 단골 손님 중 한 명이다. 이씨는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바밤바에서 풀고 있다”며 “처음엔 친구들을 졸라 함께 왔었는데 혼술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라 혼자도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찾아오고 벤치마킹 문의 전화도 쇄도하는 등 성업 중이지만 고민도 있다. 막무가내로 고양이들을 다루는 취객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이씨는 “고양이는 개와 습성이 다른데 귀엽다며 안고 놔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사항을 써 놓고 종업원들이 계속 주의를 주는 데도 일부 손님은 막무가내”라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 가게 메뉴판엔 ‘과도한 터치나 포옹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만병의 근원이 됩니다’ ‘카메라 불빛만으로 시력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사진 찍을 때 조명을 꺼주세요’ ‘자는 아이는 눈으로만 예뻐해 주세요’ 등 주의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씨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의 차이를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되는 일”이라며 “고양이는 사람이 먹는 안주에는 손을 대지 않고 스스로 몸 관리를 하는 특성 덕분에 술집이란 프로그램과 결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바밤바 같은 동물카페 등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에 비해 관련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씨는 “동물을 단순히 ‘영업용’으로 보는 업자들은 잘 씻기지 않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방치하기도 한다”며 “이익 창출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라 동물과 교감하고 감정을 나누는 경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입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밤바’의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고양이. (사진=고준혁 기자)


‘바밤바’에 있는 바 테이블과 직원의 어깨에 고양이들이 앉아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