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도형 기자
2014.06.20 08:50:05
[이데일리 이도형 강신우 기자]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이 장기화 국면으로 돌입했다. 문 후보자가 직·간접적인 사퇴요구를 일축하며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면서다.
길어지는 문 후보자 논란에 청와대와 여의도 정치권 모두 정치적 손익을 따지고 있다. 청와대는 복잡한 속내를 감추는데 주력하고, 여당 주류에서는 문 후보자만으로 논란이 수습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문 후보자를 넘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19일 오전에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밤사이에 (입장) 변화가 없다”며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이 있는데 정홍원 총리가 답변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한번 배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 내부에서 이는 사퇴 여론에 대해서도 “나는 전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문 후보자의 사퇴 거부 및 버티기로 곤혹스러워지는 것은 청와대다. 앞서 청와대는 문 후보자 논란 초반부까지는 임명동의안을 곧 국회에 제출한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그러던 청와대는 논란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박 대통령의 귀국 이후인 오는 21일 임명동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이렇듯 청와대가 임명동의안 제출 강행에서 제출 검토로 수위를 조절하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문창극 옹호론’이 사라져가는 등 내부 기류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강행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와대로서는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지명철회’를 선뜻 선택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 후보자가 사퇴 거부를 선언하면서 청와대로서는 어떤 상황으로든 정치적 부담이 커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적어도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이번 주말까지 계속될 것이고, 그 와중에 커질 인사부실 검증 논란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번지는 ‘김기춘 책임론’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단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문 후보자의 사퇴로 일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당 주류의 생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친박계 좌장으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서청원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자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조금 바뀌어야 한다”면서도 김 실장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에는 “인사 시스템의 총 책임을 비서실장이 맡아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여당 내 비주류에선 김 실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김 실장이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만큼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문창극 이후’에 돌입한 상태다. 문 후보자 논란 장기화를 촉매제 삼아 김 실장은 물론 ‘차떼기 전력’이 있는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자를 넘어 전선을 넓히는 모양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병기 후보자를 생각하면 더욱 참담하다”며 “온갖 정치공작에 연루되고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분이 국정원 개혁의 적임자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문창극 블랙홀에 가려져있던 2기 내각의 면면이 드러나면서 도대체 박 대통령께서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건지 국민의 걱정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