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혁 기자
2013.04.19 09:35:34
'학과'보다 '간판' 선택해 재수는 물론 삼수하는 수험생 적지 않아
"적성검사 등으로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학과 선택해야"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 철학과에 입학한 이모군. 이군은 원래 철학보다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수능 점수에 맞춰 전공을 고른 탓에 학과 공부에 별다른 흥미를 못 느꼈다. 결국 이군은 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고3 교재로 공부하는 재수생 신세가 됐다. 이군은 “경영학과로 전과도 생각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엄두도 못냈다”며 “올해는 간판보다 학과를 선택해 진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3 수험생들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올해 수능은 처음으로 A/B형으로 선택해 치르는 만큼 수험생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입시전문가들은 수능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과 선택에 대한 준비도 미리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다가 이군처럼 재수는 물론 삼수까지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험생 대부분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 진로 설계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려고 한다. 그러나 막상 9월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등 ‘대학입시’라는 다급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성적에 따라 당장 유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선택은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반수나 재수, 심지어 자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수험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과보다 부모가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해 졸업 후 진로까지 바뀌기도 한다. 적성과 학과 선택이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사전에 신중하게 전공을 탐색해 지원해야 후회가 없다.
그렇다면 학과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학교에서 실시한 진로 적성 검사나 인성 검사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검사를 받기가 어렵다면 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 등 여러 사이트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은 “많은 수험생이 ‘학과’보다 ‘간판’을 보고 진학해 재수와 편입 등 불필요한 낭비를 하고 있다”며 “수험생들은 적성검사 등을 통해 미리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파악하고 목표를 정해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재 고3 수험생 가운데 적성과 흥미가 뚜렷해 진로와 학과 선택을 수월하게 하는 학생은 많지 않은 편이다. 또한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받은 적성검사의 결과에 만족하는 학생도 드물다. 적성검사 문항의 대부분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를 묻지만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모르는 탓에 제대로 답을 고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가장 좋아하는 교과목과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이 높은 과목과 연계된 전공 및 직업을 조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별한 적성을 찾지 못한데다 성적이 안 좋은 수험생이라면 취업이 잘되는 전공 중 자신이 관심 있는 전공을 고르는 것도 좋다. 다만 현재의 취업률로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금물이다.
염철현 고려사이버대 교육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취업률 높은 학과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취업률이 높아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어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과 학과는 무엇인지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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