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12.08.28 09:17:20
전문가가 말하는 보육정책
"국공립 시설 비중 30% 정도 끌어올려야"
"시설과 별도로 보편적인 현금지원 정책 필요"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보육대란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공립 또는 법인 어린이시설을 늘려서 안정된 보육 인프라를 확충하자는 주장과 자녀수에 따라 부모에게 직접 수당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공공인프라 개선을 요구하는 쪽은 터무니없이 낮은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지적한다. 현재 전체 어린이집에서 국공립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국공립 수준의 법인 어린이집은 3.5% 정도다. 반면 민간 어린이집(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된 가정 어린이집 포함)은 90%에 육박한다. 이윤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민간 시설 비중이 앞도적으로 큰 상황에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만한 환경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숙진 젠더사회연구소 소장은 “민간어린이집 상황을 들여다보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식비나 난방비를 줄이는 등 서비스질 저하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민간 어린이집이 전체의 90% 정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와 감독을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성을 갖춘 어린이 시설을 늘려야 민간시설도 거기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맞춰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동수당 도입에 대해선 “보육은 사회복지 서비스로 수당과 별개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국공립 시설을 한번에 늘리기가 어렵다면, 시간제 보육서비스나, 가정보육교사 파견 등 대체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문진영 서강대 복지학과 교수도 “현재 상황에서는 보육 정책이 민간 논리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국공립 시설이 30% 정도는 돼야, 보육 환경 및 보육료 수준을 결정하는 데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국공립 시설 확대를 큰 축으로 하되, 단계적으로는 어린이집 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동수당 도입이 필요하다는 쪽은 공공시설 확충과 별개로 수당을 직접 부모에게 지급해 선택권을 넓혀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차상위계층이나 장애아동 등에 한정해서 주는 수당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전 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현금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아동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데 최소한 필요한 비용을 고려할 때, 자녀 1명당 월 10만원 정도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시설 보육 차원에서 접근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육아지원정책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보육시설의 이용과 관계없이 제공되는 아동수당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위원은 “자녀수에 따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만큼 아동빈곤의 완화, 아동이 있는 가구와 없는 가구 간의 소득재분배 등 다양한 정책 효과를 지니고 있는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게 현재 보육대란을 완화하는 데 더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동수당 정책이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최정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보육담당 연구원은 “장시간 노동으로 시달리는 저소득층은 아동수당을 받더라도 부모의 보육 선택권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아동수당 제도는 어느 정도 시간과 소득이 보장된 중산층을 위한 제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