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대규모 유증..`주주는 어쩌라고`

by박형수 기자
2011.09.08 09:01:10

[종목 돋보기] 대규모 유증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
주주가치 제고하지 않은 결정..증권가 줄줄이 투자의견 하향
대형 IB를 향한 초석이라는 점은 `긍정적`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대우증권(006800)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증권가의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투자은행)로 성장하기 위한 과감한 결정은 존중하지만 주주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8일 HMC투자증권은 유증으로 인한 주당지표 희석 우려와 업황 둔화에 따른 수익 추정치 조정에 따라 대우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2만30000원에서 1만원으로 56.5% 내려 잡았다.

대우증권은 전날 자본시장법 개정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IB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박윤영 애널리스트는 "이번 유증으로 자본과 주식 수가 늘어나면 대우증권의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기존 추정치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시장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있는 업황변화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도 ROE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투자의견 ‘비중축소(Reduce)'를 유지했다.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과연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가 필요했는가`에 대한 시장 설득력이 관건"이라며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사용의 목적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항목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대우증권은 유증으로 마련한 자금을 해외 거점 확대에 3000억원, 상품운용과 판매에 3000억원, 자기자본투자(PI) 등에 50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신사업 투자와 비대면 영업채널 강화, IT 투자 등에도 3000억원이 투입된다.

하이투자증권은 헤지펀드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프라임브로커리지 등 대형 IB업무를 통한 이익 개선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김지현 애널리스트는 "이익 개선까지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기준 주당순자산가치(BPS)는 1만4310원에서 1만2667원으로 11.5%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EPS는 1257원에서 1023원으로 18.6% 줄어든다"며 "ROE도 9%에서 7.2%로 1.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주주가치 제고 흔적이 없어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당국과 산은지주 입장은 맞아떨어지겠지만, 주주가치 제고 흔적은 없어 보이는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은 주주보다는 대주주인 산은지주의 입장에서 내려졌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증권과 골드만삭스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도 국내 증권사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골드만삭스증권은 각 부문에 대한 투자가 언제 어떻게 주주가치로 환원돼서 돌아올지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증자가 대형 IB를 향한 초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이 시장 예상을 훨씬 웃도는 대규모의 증자를 단행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해외 비즈니스 확장과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신규 시장 선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