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7.02.02 12:16:00
1인당 양주 2~3병 해치운 ‘판테라’
와인·식사값만 400만원 쓴 ‘스팅’
[조선일보 제공] 2007년 초 해외 스타 뮤지션의 내한공연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이들의 공연을 찾아 벅찬 감동을 안고 돌아간 관객도 부지기수. 하지만 열혈 마니아들도 모르는 것이 있으니 무대 위 뮤지션의 모습 뒤에 감춰진 ‘나이트 라이프’다. 공연 관계자에게 들어본 그들의 숨겨진 한국 생활.
먼 이국 땅에 와서도 ‘최선’을 다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다 돌아간 뮤지션이 많다. 주로 로커(rocker)들. 지금은 해체된 헤비메탈 밴드 ‘판테라’가 압권. 이들은 공연 전날 워커힐 호텔 카지노를 찾아 밤새 놀며 500㎖ 양주(딤플)를 각각 2~3병씩 비웠다. 잠시 숙소에서 눈을 붙인 뒤 공연에 나선 이들, 무대 위에서도 10개의 맥주잔에 양주를 가득 채워 한구석에 놓고는 틈틈이 마시며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스팅은 숙소에서 얌전하게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양이 좀 많다. 4일간 한국에 있으면서 와인·식사 값으로 400만원을 썼다. 물론 자비 충당.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보컬 잭 드 라 로차 등 멤버 3명도 250만원어치의 와인을 먹고 돌아갔다. 공연기획사 액세스 엔터테인먼트 김홍기 사장은 “메탈리카 또한 알코올리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술고래들이지만 두 차례 한국에 왔을 때는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고 했다.
오지 오스본 부인 샤론 오스본이 ‘쇼퍼홀릭(Shopaholic)’의 진수를 보여주셨다. 이태원을 휩쓸며 500여만원어치 ‘짝퉁’ 명품 가방, 시계 등을 구입했다. 크렉 데이비드는 테크노마트에서 국산 MP3 플레이어를 샀고 인사동에서 그림, 석상 등 고미술품 10여 점을 구입해 대형 아디다스 스포츠백에 집어넣고는 비행기에 실었다.
프라이빗 커브 김지연 대표는 “팝, 재즈 뮤지션 중 상당수가 인사동 산책을 선호하고, 고미술품을 구매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가장 음악인다운 선택이다. ‘오아시스’는 압구정동 길을 거닐다 SM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 몰려 있는 ‘오빠 부대’와 마주쳤다. 그중 10여 명이 오아시스를 알아봤고 ‘동방신기’를 등진 채, 뒤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10여 분 뒤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노엘 갤러거는 “왜 자꾸 따라 오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었으며 사인을 해준 뒤 간신히 돌려보냈다. ‘림프 비즈킷’ 프레드 더스트도 공연을 앞두고 압구정동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모 케이블 음악 방송사가 마침 그곳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 중. 장난기가 발동한 그는 카메라 앞에서 “나, 림프 비즈킷 한국에 왔다”고 외쳤다. 그런데 그를 알아보지 못한 리포터가 “방송사고”라며 사색이 됐고 프레드 더스트는 난처해하며 다시 걸어갔다. 뒤늦게 그를 알아본 PD, 차를 몰고 쫓아가 세계적인 록스타와의 즉석 인터뷰에 성공했다. 에릭 클랩튼은 10년 전 첫 내한공연 때 강남의 한 노점상에서 ‘1만원에 세 켤레’ 하는 양말을 샀다. 그런데 노점상 주인 할아버지가 “참 곱게 늙었다”며 한 켤레를 더 얹어줬고 그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그곳을 떠났다.
2005년 빅마마와 함께 무대에 섰던 ‘보이즈 투 멘’. 공연 하루 전 리허설 중 멤버들끼리 음악에 대한 견해 차이로 주먹다짐이 있었다. 푸는 방법은 간단했다. 호텔 바에 방을 하나 빌려 판돈 1달러짜리 포커를 치게 해주자 불화는 눈 녹듯 사라졌다.
‘스매싱 펌킨스’의 경우, 워낙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아 비행기 좌석도 따로 앉고 식사도 각자 해결했다. 그래도 ‘프로’답게 공연만큼은 멋있게 마무리. 공연기획사 옐로우 나인 김형일 사장은 “이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각자 술을 마시러 갔다”고 전했다.
과격한 테크노 음악을 하는 밴드 ‘프로디지’. 지난 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당시 장대비 속에 공연은 못했지만 ‘사우나’만큼은 꼭 하고 싶었던 모양. 공연기획사측에 매니저가 전화를 걸어 “호텔 직원들이 멤버들에게 사우나를 못하게 한다. 호텔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온몸을 도화지 삼아 빽빽이 그려 넣은 문신 때문. 기획사측은 “다른 호텔 가도 당신들 사우나 못한다. 그냥 참으라”고 했다.
작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찾은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는 뻘 밭이 된 진흙탕을 보며 200만~300만원 상당의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없다고 고집했다. 결국 4000원짜리 장화를 즉석에서 사 신고 ‘깔끔하게’ 공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