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에도 국내서 외면받는 '굴'…수출서 활로 찾는다

by한전진 기자
2024.11.27 06:40:14

''김장철인데'' 굴 1kg 소매가 2만2280원
1년전, 평년 대비 각각 19% 15% 하락
수요도 생산도 감소…굴 양식업계 ''한숨''
개체굴 등 고급화 수출 전략 대안 떠올라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이 제철을 맞았지만 굴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이상기후로 수온이 오르면서 양식에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 경기 침체로 수요마저 얼어붙으면서다. 예년 같으면 김장 등 수요로 가격대가 올라야 하지만 올해는 이런 특수마저 미미한 상황이다. 정부는 장차 굴의 고급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등이 돌파구로 꼽힌다.

겨울이 제철인 수산물인 굴, 껍질을 벗겨 모아서 먹는 일반 굴인 알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굴 1㎏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2280원으로 1년 전(2만7365원)과 비교해 18.6% 하락했다. 평년 가격(2만6047원)과 비교해도 14.5% 떨어졌다. 평년 가격은 전년까지 최근 5년간 가격 중 최고·최저치를 제외한 3년 평균 가격이다. 전반적인 시세 추이를 알 수 있다.

김장 등 수요에도 굴 가격이 예년만 못한 셈이다. 특히 올해는 배추 가격이 한때 1만원에 육박하는 등 김장 비용 증가로 ‘김포족’이 늘어난 것도 악재로 꼽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김장철을 앞두고 굴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올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굴은 겨울이 제철인 수산물이다. 굴은 여름철에 번식을 한다. 이 시기 영양분이 알과 정자로 이동해 육질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특히 여름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비브리오균 등 번식 우려 탓에 잘 먹지 않는다. 겨울부터는 체내 영양분을 회복해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깊어진다.

여기에 외식 산업 침체까지 겹쳤다. 굴을 주로 소비하는 횟집 등은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 업종이다.

이상기후도 문제다. 굴 생산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품질까지 저하시키고 있어서다. 올해 굴 양식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역대급 어려움을 겪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으로 폐사한 굴은 7628줄(1줄당 약 14만2000마리)로 작년(916줄)의 8배에 이른다.



굴의 생산량도 조금씩 줄고 있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굴 생산량은 2019년 32만 6190t에서 지난해 31만 753t으로 나타났다. 올해 역시 2024년산(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굴 누적 생산량은 전년보다 10.4% 감소했다.

올해 남은 기간 전망도 밝지 않다.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달 굴 생산량은 전년(6734t)대비 2% 감소한 6200t으로 분석했다. 12월에도 전년(5703t)보다 3% 줄어든 5550t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달 산지 가격은 전년대비 12% 낮은 ㎏당 1만 2500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어민 소득 증대와 굴 산업 발전을 모색 중이다. 특히 개체굴(다발이 아니라 낱개로 양식한 굴)을 통한 고급화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 유럽 등에선 굴을 ‘오이스터 바’ 등 고급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으로 여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알굴’ 대신 개체굴 양식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개체굴은 일반 굴에 비해 크기가 커 최대 10배가량 비싸다.

이런 개체굴 등에 힘입어 실제로 한국의 굴 수출량은 증가세다. △2020년 7148만달러 △2021년 8007만달러 △2022년 7959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8598만달러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수출 주요국을 살펴보면 일본이 3699만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미국(2408만달러), 홍콩(884만달러), 태국(277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aT 관계자는 “지난해 굴 수출은 일본 외식 수요 회복과 굴 생산 부진에 따른 한국산 굴 수입 수요 증가로 전년대비 증가했다”며 “태국의 경우에도 호텔과 레스토랑 등을 중심으로 외식수요가 늘며 냉동굴 수출이 증가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