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태양광·풍력 확충”…기후위기 대응 Vs 전기요금 폭등

by최훈길 기자
2021.08.15 11:26:47

광복절 경축사 “선도적 저탄소경제 전환 추진”
“경제대전환, 유례 없는 혁신·일자리 만들 것”
10월말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표, 구체안 제시
천문학적 비용 부담, 기존산업 고용감소 우려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태양광,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에너지 전환을 통한 청정에너지 보급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비용부담, 전기요금 인상 등이 불가피하고 기존 산업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정부는 친환경차와 배터리, 수소경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왔고 석탄 발전을 줄이면서 태양광, 해상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있다”며 “우리가 앞서가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선도적으로 저탄소 경제 전환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토대로 국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고, 올해 안에 실현 가능한 2030년 감축목표를 공약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에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의 폭도 넓혀 나가겠다”며 “특히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큰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전환을 돕고, 우리의 그린뉴딜 경험과 녹색 기술을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지만 그렇다고 부담으로만 인식할 필요는 없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인 사회·경제적 대전환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던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탄소중립을 강조한 것은 기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난 9일 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5차 보고서에서는 1.5도 지구온난화 도달 시점을 2030~2052년이라고 제시했다. 이번에는 2021~2040년에 1.5도 지구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온난화 시점이 당초(2030년)보다 9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이같은 발표를 토대로 탄소중립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지난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3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된 초안은 온실가스 배출량(7억 2760만t·2018년 기준)을 2050년까지 0t, 1870만t, 2540만t으로 감축하는 게 핵심이다.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10개 부문별로 감축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오는 10월에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높이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얼마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고, 그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이 담길 예정이다. NDC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른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 이 목표에 맞춰 산업계 등에서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 일자리 감소 우려 등 목표 달성까지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하다. 시나리오 초안대로 2050년까지 석탄화력 및 LNG 발전을 전면 중단하고 원전까지 감축하면,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시니어전문 추산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 2050년까지 설비투자비가 약 1400조원 필요하다. 이렇게 비용이 커지면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우려가 크다.

고용쇼크 우려도 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 등 탄소를 주로 배출하는 업종이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유차·휘발유차 판매 중단까지 논의되면, 자동차 업계로 고용쇼크 우려가 번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박용진), 2040년(이낙연) 등으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사회적 합의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탄소중립위원회 이유진 위원은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향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가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해서 사회적 공론화에 나서야 하며 사회적 갈등관리, 제대로 된 보상 체계도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