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의 금융CAST]왜 코픽스만 떨어졌을까?

by김유성 기자
2021.03.20 11:00:00

은행 조달 비용 평균이 코픽스, ''주담대'' 금리 기준
최근 시장 금리 상승에도 코픽스만 하락
예금 금리 하락하면서 코픽스도 동반 하락한 것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 대출 상품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하락했습니다. 은행들은 일제히 바뀐 코픽스에 따라 대출 금리를 소폭 낮췄습니다. 3월 16일 이후 주담대를 받은 사람은 그 이전 사람보다 0.03% 정도 낮은 대출금리로 대출을 받게 된 것입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내 대출 금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는 무엇이고, 최근 코픽스 금리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시장금리가 오른다고 난리인데 왜 코픽스는 빠진 것일까요.

한 시중은행 코픽스 기준 대출금리표. 3월16일부터 대출금리가 0.03%포인트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코픽스는 8개 은행의 정기예적금,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입니다. 은행들도 대출을 내주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가져오는 비용을 평균한 값이라는 뜻입니다.

이중 예금은 은행들의 주요 대출 자금 조달 수단입니다. 예금 금리가 연리(1년치) 기준 0.9%라면, 은행은 예금자에게 0.9%의 이자를 주고 대출용 자금을 조달한 것입니다. 1000만원의 예금을 받았다면 은행은 1년 동안 9만원의 이자를 예금자에게 준 셈입니다.

은행은 예금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갖고 대출을 해줍니다. 대출 이자를 2.5%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은행은 1000만원을 9만원이란 비용(이자)를 들여 조달하고 대출자에게 25만원을 받고 1년 동안 빌려주는 것입니다.

1년이 지나고 은행은 25만원의 이자를 받고, 이중 9만원을 이자로 예금자에게 지급합니다. 이렇게 얻는 이익을 예대마진이라고 합니다. 은행들이 돈을 버는 기본 구조입니다. ‘예금을 받아서 대출을 내주는.’

금융채와 양도성예금증서는 단기 채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예금 외 이런 채권을 발행해 빌립니다. 예금자에게 이자를 주듯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지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조달금리의 기준은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였습니다. 은행들이 단기로 돈을 빌리면서 주는 금리였습니다. 공개된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금리의 변화 파악이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양도성예금증서가 제대로된 은행들의 조달금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사실 은행들은 예금을 통해 대출해줄 자금을 확보하는데, 단지 양도성예금증서만 놓고 계산하는 게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지요.

게다가 이 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대한 조작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좀더 믿을 만한 조달금리 지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코픽스입니다.

자료 : 은행연합회
이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잔액 기준 코픽스’, ‘신잔액 기준 코픽스’ 3가지가 있습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대출을 받으려는 대출자에 적용되는 코픽스입니다. 잔액기준 코픽스 이미 집행된 대출금에 대한 코픽스입니다. 따라서 이 잔액기준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보다 변동성이 적은 편입니다.

최근 코픽스 금리가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예금 금리에 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자금의 70~80% 정도를 예금에서 조달합니다. 여러분들이 1년 혹은 2년 맡겨 놓는 정기예금인 것입니다.

(이 정기예금은 여러분들이 은행에 빌려준 돈입니다. 은행 금고에 있다고 하지만 은행에게는 채무인 것이지요. )

자료 : 한국은행, 은행연합회. 신규취급액 코픽스와 예금금리(시중은행 저축성 예금 평균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게 보입니다.
따라서 정기예금 금리가 오른다면 코픽스 금리가 직접 오르게 됩니다. 떨어지면 소폭 떨어지는 것이고요. 정기예금 금리가 코픽스를 결정하고, 더 나아가 여러분들의 주담대 금리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는 것입니다.

이 예금 금리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은행들이 결정합니다. 내부 의사 결정에 따라 결정되는데 여기에서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가 작용합니다. 예금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은행은 굳이 예금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금고 안에 있는 은행들의 예금액이 부족하다거나, 금융위원회 같은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예대율 규제’를 한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대율 규제는 예금과 대출에 대한 비율을 의미합니다. 대출을 100조원 해줬는데 예금이 100조원 있다면 예대율은 100%가 됩니다. 지금껏 금융당국은 예대율 100%를 맞추도록 은행들을 규제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급전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늘자 금융 당국은 이를 완화합니다. 은행들이 돈을 더 빌려줘도 된다면서 이 비율을 105%까지 눈감아주겠다고 한 것이지요.

은행들 입장에서는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예금을 늘릴 필요가 당분간 없게 됐습니다. 예금 이자율을 높여 예금을 유치할 이유가 적어졌다는 뜻입니다.

주식 시장 내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으로 다시 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기성 자금이 은행을 다시 찾는 것이지요. 지난 2월 5대 은행에만 요구불 예금이 30조원이 늘었습니다.

요구불 예금은 아니지만 정기예금 잔액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이 정기예금도 언제든 해지하고 현금으로 찾을 수 있어 사실상 요구불 예금으로 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은행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예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상황입니다. (이자를 덜 줘도 되니...)

한가지 더. 지난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0% 가량씩 줄었습니다. 코로나19를 대비해 충당금을 늘렸기 때문입니다. 충당금도 은행 돈이긴 하지만, 숫자상 이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올해 실적 개선이 필요한 은행은 최대한 예금 금리 인상을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예금 금리를 더 낮추고 있습니다.

최근 이러이러한 은행의 상황이 정기예금 금리로 반영됐고, 이게 코픽스에 반영된 것이지요.

올들어 채권 금리가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장기 국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코픽스도 시장금리 지표 중 하나이기에 같이 올라가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2~3월만 놓고 봤을 때, 시장 금리는 오르는데 코픽스만 소폭 하락했습니다.

일단 첫번째 주목해봐야할 게 금리의 종류입니다. 금리는 장기채와 단기채가 서로 다르게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장기채는 만기가 긴 채권, 단기채는 만기가 짧은 채권입니다. 대충 만기 5년 이상이면 장기채, 그 미만이면 단기채로 구분하기는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만기 3년짜리 채권도 성격상 장기채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 장기채 시장이 미국 같은 금융 선진국과 비교하면 덜 활발하다보니까 장기채의 기준도 낮아지는 셈입니다.

우선 장기채와 단기채의 성격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채는 원금보다 이자에 더 관심이 높습니다. 투자자들은 장기간 안정된 이자를 받기 위해서 장기채를 선택하곤 합니다.

장기채 발행자들은 목돈이 필요하고, 장기간 나눠 상환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합니다. 쉽게 말해 미래에 대한 투자가 전제됩니다. 기업이 공장을 짓는다면 땅값에다가 기계값에다가 돈이 많이 듭니다. 이 돈을 마련하고 천천히 돈을 벌어 상환합니다.

따라서 장기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경기가 좋아진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고 단기채 금리보다도 낮은 상황이 됩니다. (이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라고 합니다. 불황의 전조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금리 상승은 장기채에 국한된 부분입니다. 단기채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단기채를 발행하는 주체는 투자보다는 급전 수요가 더 큽니다. 당장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채를 발행하는 것이지요.

은행들의 은행채는 대부분 1년 이내입니다. 단기채로 발행하는 것이지요. 최근 단기채 금리는 장기채와 비교해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은행들의 조달 금리와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지요.

올들어 주요 시장금리 추이. 단기채로 분류할 수 있는 통안증권(1년물)과 CD(91일물)은 올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통안증권은 다소 하락한 모습입니다. 반면 만기가 긴 채권일 수록 금리 상승의 기울기가 더 커보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단기채는 금리가 장기채보다 쌉니다. 같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10년보다는 20년이, 20년보다는 30년 만기가 금리가 더 비쌉니다. 원금을 나눠 내는 대신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지요.

만기가 길어지면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떼일 수 있는 가능성’과 관련 있습니다. 만약 같은 액수의 돈을 빌려준다면 1년 빌려주고 돌려받는 것보다 10년 빌려주고 돌려받을 때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할 것입니다. 10년이란 기간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은행들은 단기채로 싸게 빌려와서 10년, 20년 장기간 대출을 해줍니다. 두 채권 사이의 금리차를 최대한 벌려서 이자 수익을 높이려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방법은 신용도가 높고 많은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니까 가능합니다.

또 은행은 장기대출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만들어 시장에 팔기도 합니다. 20년뒤에 받을 돈을 미리 할인해서 받는 것이지요.

1. 코픽스는 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은행들의 원가 금리다.

2. 코픽스는 주로 단기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 시장금리의 상승 영향을 덜 받았다.

3. 코픽스는 정기예금 금리를 더 많이 받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요새 올릴 이유가 없다

4. 은행 예금이 몰려오고, 당국은 의무적으로 예금을 받아둬야하는 의무를 완화해줬고, 대출이 많아진다면 은행채 등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5. 더욱이 은행들은 지난해 충당금을 쌓느라 이익이 줄었는데, 이 이익을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정기예금 금리를 재빠르게 올릴 이유는 적다.

6. 따라서 앞으로 대출금리가 약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정기예금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