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나선 금융사들
by김범준 기자
2020.07.15 06:00:07
기업銀, 국내 최초 ''음성 본인 확인'' 구축
"핀테크와 상생·협업" IBK퍼스트랩 집중
신한·KB·우리·하나·농협은행도 협업 ''열풍''
핀테크 직접 육성하며 디지털 신사업 박차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음성 본인 확인(Voice ID)’ 서비스를 도입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100가지 이상의 목소리와 특징 정보로 고객을 식별해 이를 상담과 금융거래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일란성 쌍둥이나 형제자매의 음성도 구분할 수 있다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본인 확인을 위한 비밀번호 입력 등의 절차가 생략돼 상담 통화당 평균 11초 이상 단축 효과가 있다.
기업은행의 음성 본인 확인 기술은 ‘IBK 퍼스트랩(1st Lab)’의 성과다. IBK퍼스트랩은 핀테크 기업이 입주해 은행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테스트 환경 등을 제공하고 공동 사업 추진 등 서로 협업하는 공간으로, 지난해 9월 서울 을지로 본점 IBK파이낸스센터 로비에 마련됐다.
| IBK기업은행이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 마련한 핀테크 스타트업 상생·협업 공간 ‘IBK 퍼스트랩(1st Lab)’(왼쪽) 모습과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해 입주 기업 및 기업은행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IBK기업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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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IBK퍼스트랩 1기에 17개 스타트업 핀테크 기업이 참여해 ‘펀다’ 비대면 소상공인 대출, ‘널리소프트’ 기업경영정보 요약, ‘인포소닉’ 음파기반 대면송금, ‘탱커펀드’ 인공지능(AI) 부동산 자동 검토 시스템 등 4개 사업이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또 ‘마인즈랩’ 비대면 신분증 인식, ‘엑사비스’ 디지털 폐쇄회로(CC)TV 등 3개 서비스가 본격 사업 추진을 위한 테스트 과정 중에 있다.
특히 ‘AI 부동산 자동 검토 시스템’은 이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IBK퍼스트랩의 첫 번째 AI 프로젝트다. 주소 입력만으로 부동산 공부 발급부터 권리관계 조사, 예상 가격 및 대출가능액 등 담보물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최초 대출 상담 시 3분 이내로 담보 가능 금액이 확인되며, 직원의 처리 소요시간 역시 기존 약 30분에서 3분으로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직접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지원하고 사업적 제휴를 확대하는 모습은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금융을 위한 자발적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015년 5월부터 핀테크 등 스타트업 육성·협업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Future’s Lab)’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한생명 건물 8층에 약 130평 규모로 마련된 신한퓨처스랩 보금자리에서 올 상반기 6-1기까지 총 172개 스타트업이 육성됐다. 올 상반기에만 국내 36개, 인도네시아 현지기업 4개 등 총 40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추가됐다. 신한은행·신한카드 등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이들과 협업 모델 지속 발굴을 통해 국내 최초 연립·다세대 시세정보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여신(대출)심사 등 현재 58개 기업과 69건의 협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015년 3월 금융권 최초로 기술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 ‘KB이노베이션허브(Innovation HUB)’라는 명칭으로 서울 강남구에서 200평 규모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선정 스타트업에 다양한 금융·비금융적 지원과 함께 제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핀테크 기업 ‘센드버드’와 협업을 통해 출시한 KB국민은행의 차세대 대화형 뱅킹 앱 ‘리브똑똑(Liiv TalkTalk)’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디노랩(DINNOlab)’과 ‘원큐 애자일 랩(1Q Agile Lab)’이라는 명칭의 공간을 은행 내부에 마련하고 스타트업 육성·협업 프로그램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옛 농협 양재 IT센터 건물에 금융권 최대 규모인 약 550평 규모의 ‘NH핀테크혁신센터’ 문을 열고 육성 프로그램 ‘NH디지털 챌린지 플러스(Challenge+)’를 운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핀테크 업계와 경쟁 구도를 줄이고 파트너십을 통해 구체적 디지털 신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며 “협업을 통한 변화가 비용·시간적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다양한 혁신기술 및 아이디어 발굴에도 효과적인 만큼 협업 사례는 가속화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